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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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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동심의 추억에서 현재의 자각- 김선미(봉명다원 원장)

  • 기사입력 : 2019-06-24 20: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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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시절에는 되고 싶은 사람이 참 많았던 것 같다. 화가가 되고, 대통령이 되고, 선생님이 되고 ,백설공주가 돼 드레스를 번갈아 입고, 돈을 많이 버는 백만장자가 돼 운동장에 돈을 뿌려 못사는 친구들이 마음껏 주워가는 상상도 하고, 어른이 되면 도깨비 방망이를 가지듯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이웃집에서 빵틀을 가져와서 어느 한 집에 모여 고소한 기름 냄새를 온 동네에 풍기며 배부르게 먹고 초여름 이맘때에는 동네 과수원 자두를 따다가 먹곤 할머니께 혼이 났던 기억들, 여름날에는 삼삼오오 떼를 지어 미역도 감고, 한 집에 모여 숙제도 함께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요하게 보낸 그런 정서적인 풍경들이 요즘의 아이들에게 거리가 먼 얘기이지만 가끔 피부로 전해주고 싶다.

    어른이 되어 보니, 최첨단의 세상 속에서 누리는 문명도 참 고맙고 귀하다. 돈으로도, 힘센 천하장사도, 임금님도 어쩔 수 없는 값진 삶 속에서 말없이 찾아오는 적신호! 얼마 전 어느 드라마에서 어느 젊고 유능한 한 젊은 남자가 숨 막히는 시간과 생활 속에서 견디다 못해 일찍 치매가 와서 사랑하는 딸과 가족,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멀리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인간의 뇌는 본능의 파충류 뇌, 기억과 감정의 포유동물 뇌, 통합적 사고의 신피질 뇌, 앞은 운동, 뒤는 감각, 가운데는 기억, 이러한 생명현상을 떠받치는 세 개의 받침대가 있어서 이 세 개를 아우르는 낱말 하나가 ‘지향성’이라는 인식작용, 무엇에 대한 작용의 의식 등 뇌의 프로세스에 연관된다는 사실을 뇌에 관한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촛불 명상이나 화두 선처럼 무언가에 강하게 집중해 무념무상을 만들 때의 강력한 의지적 의식 같은 것들도 관련이 있다는 자료를 보았다.

    유년기를 지나 어느덧 어른이 되어 보니, 홀로서기 연습을 거듭해 늙어 병들지 않고 동심의 바다에 풍덩거리고 싶은 마음을, 차 한 잔 여유로운 삶을 그려본다.

    김선미(봉명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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