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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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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6월의 꽃- 김동암 (진영고 교장)

  • 기사입력 : 2019-06-23 20: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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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엊그제가 5월인 듯싶은데 어느덧 6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다. 봄을 즐기고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 주변은 온통 꽃 천지다. 이름 모를 들꽃,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꽃, 나비와 함께하는 꽃, 과일이 되는 꽃,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계절에 맞게 피는 꽃, 비로소 계절이 되어야 피는 꽃까지….

    다양하게 피고 지는 꽃들이 나에게 계절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가르쳐 준다.

    유월이면 생각나는 꽃은 무엇일까?

    며칠 전 만화방초라는 곳을 우연히 찾아가게 되었다. 꽃과 향기가 가득한 곳. 나지막한 산자락에 30여 년의 정성으로 여러 가지 꽃을 심고 가꾸어, 사진찍기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 연인들이 남모르게 살짝 와서 데이트를 즐기고, 부부가 손을 잡고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찾다가 가는 곳이었다. 거기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갔던 날은 수국이 지천으로 피어 다른 꽃들은 눈에 들지 않았다.

    한 나무에서 하얀 꽃잎이 조금씩 빨간 색으로 변해 가는 수국, 분홍색과 보라색, 남색으로 송이를 이룬 꽃, 바깥쪽에는 꽃송이가 안쪽에는 조그만 알갱이가 맺혀져 있는 수국 등.

    내려오는 길에 주인을 만났다. 수국에 대해 물으니 물이 많고 그늘진 곳을 좋아하며, 시기와 토양에 따라 꽃의 색깔도 다르다고 한다.

    6월의 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유월은 장미의 계절이 아닌가? 수국이었던가? 모란과 작약은?

    사방이 꽃으로 덮인 세상 속에서 살면서 나만 이렇게 꽃에 대한 상식이 모자라나 싶어서 주위 사람에게 유월에 피는 꽃 중에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꽃은 어떤 꽃이냐고 물었다. 장미, 클로버, 아카시아, 창포, 붓꽃, 금계국….

    저마다 6월의 꽃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눈을 감고 마음을 모아 6월의 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6월의 꽃은 누가 뭐래도 이 땅에 태어나 제대로 피어보지 못하고 사라져간 우리 아버지, 나, 아들의 친구일 뻔했던 그분들이 아닐까? 호국보훈의 달. 지나가는 6월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 번 피지 못하고 산화한 꽃님들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한 송이 백합을 바친다.

    김동암 (진영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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