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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다시 기초에서 시작하자!-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19-06-23 20: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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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

    우리는 흔히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곳에 베팅을 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확률’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둔 수치이다. 하지만 그 숫자는 일반적인 ‘통계’에 지나지 않을 뿐 수없이 많이 도전하고 실패함으로써 얻어낸 경험치를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다.

    당장 높은 수치의 성공률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어렵고 힘든 장기적인 과정에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게 모든 일의 기초를 튼튼히 만드는 일이다.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기초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는 실패를 거듭하며 쌓인 내재된 경험치가 소중한 자산이 되어 언젠가 그 성과가 빛을 발휘하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혁신성장 수준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투입은 많은데 산출이 적은 ‘비효율’의 문제를 안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혁신의 산출물 수준은 여전히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언론사 좌담회에서 이러한 혁신성장의 혜택은 한 정권의 임기 내에 보기 힘든 것이 정상임을 지적하며, 1차, 2차, 3차 산업별 혁신과 사업 간 융·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함을 주장한 바 있다. 당장 성과가 없어도 정부가 교육이나 대학, 연구기관에 제대로 된 투자를 해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모델을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 정립이 필수이다. 방향에 따라 목적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데, 현재의 우리나라는 이러한 방향조차 설정하지 못한 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길을 잃고 있다. 필자의 생각에 이 문제에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한 이가 바로 최근 BTS(방탄소년단)로 세계에 K-POP의 위용을 떨치고 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이다. 그는 자신의 출신 모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통해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추구하고자 정진하지 말고, 자신이 정의한 소소한 일상 한순간 한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옳지 않은 것들을 거부했던 자신의 강한 의지로 많은 이들로부터 쓴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그 의지가 자신을 행동하게 한 원동력이 됐고 기성세대가 만든 틀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고치려 노력함으로써 지금까지 달려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지’가 기초 원천기술 개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해결책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혁신성장’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혁신’은 성과창출 중심이 아닌 사람과 사회 제도의 혁신을 말한다. 창의적인 인재 육성은 물론 교육 과정과 시장의 현장 수요 등이 반영된 미래지향적인 혁신성장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혁신’의 출발은 새로운 생각과 남들과 다른 사고에서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눈앞의 성과에 치중해 남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맞춰 다른 이들을 뒤쫓는 연구만 해서는 안 된다.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다양한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고 기초에 투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방시혁 대표가 후배들에게 전했던 진심어린 조언처럼, 정해진 틀과 눈앞의 이익보다 자신이 정의한 틀에 맞춰 남들과 달리 생각하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방향 정립과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제 다시 기초에서 시작해야 할 때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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