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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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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100년 기업을 꿈꾸십니까?- 김진호(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6-19 20: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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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이 망하는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먼저 전략의 실패이다. 무리한 다각화와 사업구조 쇄신 실패 등이다. 다음은 사람(경영자)의 과오이다. 오너의 자질과 경영능력이 부족하거나, 시장을 보는 통찰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운명의 함정, 즉 급격한 시장환경 변화와 불운, 정치권력과의 불협화음 등이다. 물론 별다른 이유 없이도 망할 수 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3·15아트센터 맞은편 한 대단지 아파트 입구에는 ‘한일합섬 옛터’ 기념석이 있어 이곳이 한때 재계 순위 20위였던 한일그룹의 주력 한일합섬 마산공장 터임을 알려준다.

    마산을 상공업도시로 성장시킨 향토기업 한일합섬은 지난 1967년 공장을 준공해 아크릴 섬유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으며, 1973년 단일기업·품목으로는 우리나라 최초로 1억 달러 넘게 수출에 성공했다. 당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이 33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신화를 창조한 셈이다.

    한일그룹은 1986년 12월 (주)국제상사의 신발 부문과 무역부문을 비롯해 원효개발(주), 연합물산(주), 국제그룹 용산 본사 등을 인수해 1995년 재계순위를 20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1987~1988년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번져가면서 노동집약적인 섬유와 신발은 타격을 입게 된다. 한일합섬은 1993년 63억원의 소폭 흑자를 기록한 이후 1995년 717억원, 1996년 912억원의 적자를 낸다.

    결국 주력인 한일합섬은 동양그룹에, 국제상사는 E1, 진해화학은 한화L&C, 한일투금은 신세계 그룹 등으로 편입됐고, 그룹은 1997년 말 해체됐다.

    한일그룹이 망한 것은 섬유산업의 퇴조라는 시대변화 앞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경남, 창원에 한일합섬 말고도 크고작은 기업들이 살아남지 못했다.

    대동주택은 한때 전국 주택건설 실적 7위와 전국 시공능력평가 59위에 랭크됐지만 지난 2000년 부도 이후 4년 만에 화의 졸업을 했다 2009년 다시 부도를 맞았다. 대동이 쓰러진 것은 세계적인 불황과 화의로 인한 금융비용에 사주 일가가 경영진에 포진하는 가족경영이 한몫했다.

    최근 불황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장수기업을 꿈꾸고 있다.

    마산자유무역지역 내 산업용 공조기기 선도기업인 (주)웰템은 지난달 21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 도전을 선포했다. 향토기업 BNK경남은행도 지난달 22일 창립 49돌을 맞아 ‘100년 은행’으로의 도약을 약속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동서식품 창원공장은 지난달 23일 창립 51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 도약을 선언했다.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기업을 위협하고 있는 이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고객들로부터 사랑받는 품질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또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이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회사의 면모를 바꿔라, 기술축적을 통해 제품 개발의 기반을 닦아라, 장수제품이 되려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 브랜드인 동화약품의 ‘활명수’가 122년간 살아남은 비결이다.

    김진호(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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