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7월 24일 (수)
전체메뉴

시골의 쓰레기 문제- 강재규(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9-06-16 20:33:20
  •   
  • 메인이미지

    텃밭을 가꾸어 건강한 채소류를 자급자족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겠노라 직장 가까운 시골 마을 나지막한 산자락 아래에 집을 지어 이사를 온 지도 벌써 2년이 가까워진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 등 그 처리의 문제는 시골과는 사정이 달랐다. 삶의 패턴이 다르면 발생하는 쓰레기의 종류가 다르고, 그 처리방식도 달라야만 쓰레기 정책의 효과도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

    농촌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주로 비닐, 플라스틱, 농약병과 포장용지 등이고, 음식물 쓰레기나 생활 폐기물 배출은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면 시골 마을 여기저기서 비닐류, 스티로폼 등을 태우는 매캐한 악취가 진동한다. 관리되지 않는 빈터에는 여지없이 음식물 쓰레기가 널브러져 파리가 끓고 보는 이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필자도 시골로 이사를 와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큰 고민거리였다. 여기저기 옮겨가며 텃밭에다 땅을 파서 묻었다. 나중에는 중고 발효기를 구해 발효를 시켜 나무나 채소밭에 뿌려 퇴비로 활용한다. 그리고 나머지 발생하는 쓰레기는 종류별로 분류하여 봉투에 담아 마을 어귀 쓰레기 수집 장소에 내다 놓으면 목요일에 쓰레기 수거차가 싣고 간다.

    또 시골 사람들은 과수원이나 넓은 밭에 풀이 자라면 주저하지 않고 제초제를 뿌린다. 단감나무 등에도 수없이 농약을 뿌려댄다. 드넓은 과수원이나 밭에 농사를 지으려면 어쩔 수 없이 그러한 효율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일견 이해는 된다. 호미와 손으로 하나하나 풀을 뽑는 필자의 모습을 지켜본 마을 분들은 “풀약(제초제)을 치면 되지, 뭐 그리 힘들게 풀을 손으로 뽑냐”며 나의 미련한 행동을 애처로운 듯 바라보며 한 마디씩 던지신다.

    나이 드신 시골 어르신들에게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태우면 치명적인 환경호르몬 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하고, 제초제와 농약은 인체에 해롭다는 말은 자신과는 거리가 먼 호사가들의 얘기일 뿐이다. 의식의 변화는 의외로 더디다.

    물론 예전엔 시골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퇴비더미(거름누리) 위에 올려두면 그대로 발효가 되어 퇴비가 되었다.

    하지만 도농복합 자치단체의 시골 마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생활 폐기물 처리문제는 자치단체가 좀 더 세심히 배려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할 듯하다. 쓰레기 소각에 따른 환경문제와 건강에 대한 시골 주민들의 인식 전환도 도와야 할 듯하다.

    이방인인 나로서는 함부로 쓰레기를 소각하고 아무렇게나 음식물 찌꺼기를 버리는 주민들의 모습에 아직 주제넘게 나설 처지가 아니다. 단지 솔선해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제초제 대신 직접 호미와 손으로 풀을 뽑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환경법을 전공한 생태주의자의 한 사람으로서 종종 무력감을 느낀다.

    시골 마을 주민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발효기를 제공하는 방안, 환경문제에 대한 주민 인식 전환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방안 마련 등, 이것이 지금 내가 도농 복합도시의 자치단체장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아이디어의 최소치이다.

    강재규(인제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