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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인권침해 조사내용] 반대주민 강경진압… 조 짜서 감시·협박

진압 과정 부상 입은 주민 방치
“입에 똥물을…” 폭언·욕설도
주민 사찰·감시·회유·강제 수사

  • 기사입력 : 2019-06-13 20: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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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가 13일 발표한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 사건’ 조사 결과 경찰은 공익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한전과 공조해 공권력을 과도하게 행사하거나 민간인을 사찰 또는 회유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대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지난 2014년 6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의 움막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서 경찰이 반대 주민을 강제로 연행하고 있다./경남신문DB/
    지난 2014년 6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의 움막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서 경찰이 반대 주민을 강제로 연행하고 있다./경남신문DB/

    ◆농성 주민은 200명, 투입 경찰은 3200명=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한전의 공사재개를 위해 당시 농성 주민(200명)보다 10배 넘게 많은 3200명의 경찰력을 동원했다. 특히 2014년 6월11일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의 움막을 철거하는 밀양시의 ‘행정대집행’ 당시에는 농성주민은 160명이었지만 투입된 경찰 숫자는 2100여 명으로 추산됐다.

    경찰은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움막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천막을 칼로 찢어 밀고 들어와 농성자들이 목에 매고 있던 쇠사슬을 절단기로 끊어냈다. 경찰은 농성자들을 밖으로 끌어낸 뒤에도 특별한 안전조처나 병원 후송 없이 방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경찰이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2건의 ‘주민 자살사건’을 경찰이 축소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2012년 1월16일 고(故) 이치우씨가 한전 용역 50명과 굴착기가 논을 파헤친 뒤 같은 날 오후 8시 마을회관에서 분신해 숨졌는데, 밀양서 정보과장 지시로 사건 상황보고서에 화재로 인한 안전사고로 수정돼 작성했다. 또 2013년 12월2일 고 유한숙씨가 음독해 같은 달 6일 부산대병원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서도 유씨가 숨지기 전 ‘송전탑’을 3회 거론했음에도 보도자료에 음독 동기를 “복합적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대 주민에 대한 강경대응과 회유 및 채증= 경찰은 불법행위가 발생하기도 전에 특정 주민의 이름과 나이, 처벌전력을 파악해 검거대상으로 분류한 후 전담 체포·호송조를 편성해 마을별로 배치하고, 경찰관별로 특정 주민을 배당해 정보활동을 하도록 편성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은 2013년 12월18일 밀양시 산외면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집회하다 이를 진압하는 여경을 다치게 한 피의자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밀양시청, 상동면사무소에 일부 마을에 거주하는 60~80살 여성 주민 48명 모두에 대한 사진과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가족관계가 기재된 인명부를 입수해 수사에 활용했다.

    또 경찰은 강성주민으로 분류한 이들을 순화·설득의 대상자로 지목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일부 주민들에게는 자녀의 입사로 회유하거나 회사를 못 다니게 할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마을주민 특정 성별과 나잇대 마을주민 전체의 개인정보를 포괄적으로 받은 행위는 주민 사찰 및 감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어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이 작성한 밀양서 및 경남청의 경비계획 문건에는 ‘강성주민, 외부세력, 과격, 극렬 불법행위 주동자’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경찰은 반대 주민 등에 대해 비인도적 행위와 인권침해, 부적절한 언행과 행동을 하기도 했다. 한 경찰은 주민 및 활동가에게 “입에 똥물을 퍼부어야지, 차를 이동하지 않으면 망치로 깨버린다, 개XX야 단디 찍어라” 등의 부적절 언행을 했지만, 경고나 주의 조치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밀양 사건 이후 2014년 경남경찰청과 밀양경찰서에서는 각각 5명, 3명이 특별승진했다.

    ◆주민 안전보다 한전과의 공조가 우선= 당시 한전과 밀양경찰서 정보관 경비인력 간에는 수시로 상호교류와 정보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한전은 긴밀한 상호협의를 지속하며 송전탑 반대에 대한 방호와 공사현장 접근을 차단했다. 또 경찰은 한전 직원의 주민 강제진압에 대한 보호 의무도 미흡했다. 한전 용역들에 의해 주민들이 강제로 패대기쳐 졌지만 이를 제지하는 경찰의 적극적 대처가 없었다. 조고운 기자

    지난 2014년 6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의 움막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서 경찰이 반대 주민을 강제로 연행하고 있다./경남신문DB/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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