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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03) 제24화 마법의 돌 103

“어디 다친 데는 없냐?”

  • 기사입력 : 2019-06-12 08: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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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순영의 무릎에 슬그머니 손을 올렸다. 그녀의 눈이 이재영의 손으로 왔다. 그러나 손을 떼어내지 않고 눈을 흘겼다.

    “벌건 대낮에….”

    “내가 좀 음흉하지.”

    이재영이 낄낄대고 웃었다.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요.”

    류순영이 이재영의 손을 뿌리쳤다.

    “산은 어떻게 할 거요? 일본인이 떠나면 임자 없는 산이 되지 않소?”

    “헐값으로 팔려면 대구로 오라고 했어요.”

    “얼마에 살 생각이오?”

    “일본인에게는 몇 푼만 줘도 될 것 같아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모르겠소. 미군이 들어와야 알 것 같소.”

    물가가 어떻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화폐는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조선은행권이 그대로 통용되었다. 시중에 화폐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재영은 류순영에게 나츠코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나츠코에 대해 설명을 할 수도 없고 이해를 바랄 수도 없었다. 류순영이 모르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이재영은 때때로 서울을 오갔다. 정국이 돌아가는 것도 살피고 싶었고 정식이 언제 돌아오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정식에 대한 소식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미군은 9월8일에 인천에 상륙했다. 그들은 조선총독부에서 일장기를 내리고 미국 국기를 내걸었다. 일본군은 공식적으로 무장해제되었다. 그러나 일본군은 무장해제를 당하기 전 총과 탄약을 비밀리에 조선인에게 팔기도 했다.

    ‘저것이 미국 국기인가?’

    조선총독부에 걸려 있는 깃발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다. 미군도 보았다. 그들은 지프차를 타고 오가는 일이 많았는데 흑인도 적지 않았다.

    미군은 미군정청을 세우고 남한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북한에는 소련군이 진주하여 다스렸다. 정식이 돌아온 것은 추석을 이틀 앞둔 9월18일의 일이었다. 낡은 국방색 옷과 모자, 그리고 륙색을 걸치고 군화를 신은 그가 가게 앞에 와서 걸음을 멈췄을 때 이재영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아버지!”

    “정, 정식아!”

    이정식은 가게에서 뛰어 나가 정식을 부둥켜안았다.

    “고생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냐?”

    “괜찮습니다.”

    “아아, 정말 다행이구나.”

    이재영은 눈시울이 뜨거워져 왔다. 가게에서 일을 하는 점원들과 이웃가게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정식을 둘러싸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귀향을 축하해 주었다.

    “정식아!”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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