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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00) 제24화 마법의 돌 100

“우리가 마침내 함께하게 되었네요”

  • 기사입력 : 2019-06-07 08: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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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8일의 일이었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이 늦어 있고 비도 그쳐 있었다. 해방이 되면서 사람들은 경성이라고 부르지 않고 서울로 부르고 있었다. 나츠코의 집은 한남동에 있었다. 집에서 일을 하는 하녀는 내보냈다고 했다. 2층 목조집으로 꽤나 고급스러웠다. 문을 잠가 놓았기 때문에 나츠코의 집은 비어 있었다. 집을 비운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 도둑도 들지 않았다. 서울에는 일본인들이 떠나 빈집도 많았다. 빈집에는 도둑이 들끓고 제 집인 양 들어가 사는 사람도 있었다.

    “피곤하시죠? 하루 종일 운전을 해서….”

    거실에 들어가자 나츠코가 살갑게 웃었다.

    “아니 괜찮소.”

    이재영은 거실을 둘러보았다. 시마무라가 이곳에서 할복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츠코는 영악하게 집에서 일본색을 지웠다. 일본의 분위기가 풍기는 것을 태우거나 버렸다. 시마무라에 대한 흔적도 없앴다.

    나츠코는 시마무라를 사랑하지 않았다. 부모에 의해 결혼을 했고 군인의 딱딱한 태도에 주인과 하녀처럼 지냈다.

    “차 한 잔 마셔요.”

    나츠코가 차를 끓였다.

    “고맙소.”

    이재영은 그녀와 나란히 앉아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솔잎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차였다.

    “목욕물 데울게요.”

    나츠코가 장작을 때서 욕조의 물을 데웠다. 물이 데워지자 이재영은 옷을 벗고 욕조에 들어가 누웠다. 그러자 나츠코가 옷을 벗고 욕실로 따라 들어왔다. 이재영은 나츠코와 함께 목욕을 했다. 나츠코와 여관을 이용할 때는 둘이 함께 목욕을 한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우리가 마침내 함께하게 되었네요.”

    나츠코가 이재영을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

    “나츠코가 걱정되네. 조선에서 살기가 쉽지 않을 거야.”

    이재영은 나츠코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입을 맞추었다. 나츠코는 일본으로 돌아가는 문제로 많은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이재영은 목욕을 마치자 다다미 위에 요를 깔고 누웠다.

    “세상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어요.”

    나츠코가 이재영의 옆에 와서 누웠다.

    “나도 예측하지 못했소.”

    이재영은 나츠코를 포옹하고 창을 내다보았다. 세상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고 달빛이 밝았다.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두 여자를 거느리는 것인가?’

    이재영은 가슴에 안겨 있는 나츠코가 흡족했다. 나츠코의 몸은 여전히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그녀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아아, 너무 좋아요.”

    나츠코가 이재영에게 안겨왔다. 나츠코의 숨결이 뜨거웠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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