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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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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격 인상에 소상공인 '벙어리 냉가슴'

하이트진로 등 주류업체 출고가 올려
“가격 올리면 손님 발길 끊길까 걱정,
그대로 팔자니 이윤 줄어들까 걱정”

  • 기사입력 : 2019-06-06 21: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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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이 잇따라 소주·맥주 출고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음식점·주점을 운영하는 도내 자영업자들 역시 근심이 늘었다. 출고가격 인상에 따라 손님들에게 받는 술값을 올리기도, 올리지 않기도 부담이라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메인이미지자료사진./경남신문 DB/

    ◆잇단 술 가격 인상=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4월 4일부터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 판매되는 ‘카스 후레쉬(355㎖)’ 캔이 2000원에서 2150원으로 150원(7.5%), ‘프리미어OB(500㎖)’ 캔은 2700원에서 2850원으로 150원(5.6%) 각각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1일부터 ‘참이슬’ 소주의 공장 출고 가격을 6.45% 인상했다. 이로써 ‘참이슬 후레쉬(360㎖)’, ‘참이슬 오리지널(360㎖)’ 병 제품의 편의점 가격은 1660원에서 1800원으로 140원(8.4%) 올랐다. 롯데주류도 이번 달부터 처음처럼, 청하 등 소주(6.5%)와 클라우드 맥주(9%) 출고가를 올려 처음처럼(360ml) 병 편의점 가격은 기존 1650~1660원에서 1800원이다.

    반면 지역 주류업체들은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경남의 무학이 “경기불황 속에서 소비자 부담을 키우지 않겠다”며 동결을 선언한 데 이어 광주·전남의 보해양조, 충청도의 맥키스 컴퍼니 등도 동참했다. 다만 제주도의 한라산소주는 바다를 건너는 물류비 부담으로 지난달 14일부터 ‘한라산’, ‘올래’ 출고가를 5.16% 올렸다.

    ◆올려도 내려도 ‘휴~’= 이처럼 출고가 인상에 소비자들의 주머니 부담이 커진 가운데 소상공인들도 근심이 늘었다. 현재 점포에서 판매되는 술값을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느냐 마느냐의 문제 때문이다. 올리자니 손님이 떨어져 나갈까 걱정, 그대로 팔자니 술값 인상에 따른 이윤 감소가 걱정이다.

    창원 성산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명주(55·여)씨는 “인건비는 오르지만 경기는 어려워서 식당들이 서로 눈치 보며 음식 가격도 내리는 상황이라 술값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지인은 대패삼겹살을 2900원에 파는 등 음식은 마진 없이 제공하고 술을 팔아 이윤을 창출하는데, 출고가가 오르면서 도매가는 더 올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식당에 들어가는 영업용 주류는 통상 주류도매상이 출고가의 20~30%를 더 붙여서 납품하다 보니 출고가가 오르면 도매가는 그보다 더 오른다. 음식점·주점에서 판매되는 술값은 주류 가격에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고려해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소비자 “브랜드따라 받자”= 아직까지는 대부분 식당이 주류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오후 6시가 넘은 시각 창원 성산구 상남동 음식점·주점 9곳을 무작위로 돌아본 결과 모두 주류를 4000원에 팔고 있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자신들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절충하는 방법으로, 가격이 오른 술은 술값을 올리되, 오르지 않은 술은 지금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상남동에서 만난 김정현(30)씨는 “나는 좋은데이를 주로 먹는데 좋은데이는 가격이 안 올랐다. 주류 브랜드에 따라 술값을 따로 받으면 안되냐”면서 “그러면 우리 같은 소비자도, 식당 사장님도 억울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불황에 손님 한 명이 아쉽다 보니 도내 자영업자 다수는 당분간 술값을 동결할 예정이지만 여름을 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서경수 창원소상공인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음식이나 안주 자체가 비싼 곳들은 고객이 어느 정도 값을 지불할 각오를 하고 가기 때문에 술값 1000원 오르는 건 크게 영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이미 5000원으로 올린 식당들도 있다. 나머지 가게들은 손님 걱정에 당분간 올리지 않겠지만 여름휴가 시즌까지가 최대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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