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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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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Simple is the best!-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19-06-04 20: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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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의 IT 인프라는 단연 세계 최고다.

    국토가 좁은데다 단일민족이고, 게다가 한글 입력 시간은 영어보다 2~3배, 중국어보다는 3~5배 빠르다. 여건이 이러하니까 더 전파력이 있고 더 많이 중독되는 것이다. 과히 ‘초연결사회’가 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모두 갖춘 멋진(?)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

    그런데 너무 편리해서 문제가 생겼다. 스마트폰의 노예가 돼버린 것이다. 내가 스마트폰의 주인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나의 주인인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도 쉬지 않고 눌러대는 손가락에게 마음이 떠나버린 것은 벌써 오래전이다.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정성이 담긴 대화는커녕 무의미한 문자만 서로 습관적으로 주고받는다. 서로에 대한 안부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마치 서로에게 집착해 감시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날아다니는 글이나 동영상은, 출처나 그 자료를 만든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고 정확하지도 않아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퍼 날라주는 사람의 수준을 내가 대충은 알고 있는데, 그 사람이 보내준 글의 내용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지 공자님도 부처님도 예수님도 울면서 도망쳐버릴 정도다. 여러 친구들이 퍼 나르기 경쟁을 하다 보니 같은 글도 수없이 중복되어 들어온다.

    몇 년 전에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가 설문조사한 결과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 ‘스마트폰 확인’: 90%” “스마트폰, 화장실에도 들고 간다: 1/3” “침실에서도 스마트폰 사용: 3/4” “한 손엔 숟가락, 나머지 한 손엔 스마트폰: 46%”

    제러미 벤담의 파놉티콘(사방에서 감시하기 쉬운 원형감옥)이나 조지 오웰의 〈1984〉(1949년)에서는 국가나 권력이 감시의 주체다. 오늘날은 오히려 소셜미디어가 점점 더 사회적인 삶을 감시하고 착취하는 디지털 파놉티콘에 가까워진다. 투명성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유리 인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투명성의 폭력이 있다. 무제한의 자유와 무제한의 커뮤니케이션은 전면적 통제와 감시로 돌변한다.

    무슨 말이냐고? 세상천지가 나를 파헤치면 언제든지 거의 전부를 알아낼 수 있다는 거다. 이 투명사회 덕분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유명인들이 미투운동 등으로 낙마했고 대통령과 몇몇 도지사들마저 투명사회의 감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락으로 굴러 떨어져버렸다. 아니 지금 사회는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권력의 종말〉 저자 모이제스 나임은 이를 두고 “21세기에는 권력을 얻기는 더 쉬워지고, 발휘하기는 어려워졌으며, 잃기도 매우 쉬워졌다”라고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 분야의 권위자인 클라우스 슈밥도 이렇게 일갈한다. “미시권력(Micro-power)은 이제 국가 정부와 같은 거시권력(Macro-power)을 제재할 수 있게 되었다.”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는 시대는 벌써 지나갔다.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댄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160년 전에 링컨 대통령이 말했듯이 “일부 국민들을 오랜 세월 속이는 것도 가능하며, 전 국민을 잠시 속이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으로 돌변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지 않았는가. 누가 누구를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천지신명께서 항상 내려다보고 계시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도 없으니, 바르게 사는 길밖에는 없다. 정말 단순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Simple is the best!”다.

    그런데 단순하기가 정말 어렵다. 내가 단단하고 내공(內功)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으며 그래야만 단순해질 수 있는바, 결국 나 자신의 그릇을 키우는 수밖에는 별 뾰족한 왕도가 없다.

    참선하는 스님들은 ‘주인공’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당나라 임제 스님이 〈임제록〉에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있는 곳마다 진리의 세계가 됨(隨處作主 立處皆眞)”을 강조한 의미를 되새겨볼 만하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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