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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의 가동연한은?- 서영훈(문화체육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6-04 2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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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벌 수 있는 한계 연령을 가동연한이라 한다. 기계를 조작해 물품을 만드는 것도 가동이지만, 사람이 제 몸뚱아리로 노동을 하는 것 또한 가동이라 한다.

    그럼 내 몸의 가동연한, 즉 내가 일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나이는 몇 살까지인가. 사회 통념에 비춰, 또 법적으로 따져도 정년이 바로 그 나이다. 현행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60세가 정년이다. 물론 정년이 딱히 정해지지 않은 직업도 많다. 이럴 경우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정년은 사고로 숨지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 산정에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일반육체노동의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늘려 잡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변호사나 법무사 등의 가동연한이 70세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 몸의 가동연한은, 운동선수 등 특정 직업군을 제외하면 대개 65세가 넘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만 60세 정년이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2년 5개월 만에 다시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논의는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기초연금 등 이른바 ‘의무 지출’이 급증할 것에 대비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연금 수급 시기를 늦출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측면도 있는 듯하다.

    나라 전체의 일자리가 한정돼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 장년층이 일자리를 내놓지 않는 만큼 청년층이 진입할 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듯 들린다. 그러나 반론도 없지 않다. 정년 연장을 통해 절감되는 노인 관련 재정을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돌릴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부도 정년이 연장되면 그만큼 청년층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반대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정년에 막혀 일자리를 내놓는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 저출산으로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의 숫자가 훨씬 적다는 점을 정년 연장이 필요한 근거의 하나로 댄다.

    정년 연장은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로 연장했고 이를 다시 70세로 늘리려 하고 있다. 독일도 65세에서 67세로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아예 정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우리도 차제에 정년을 아예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기대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나이를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게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과는 별개로, 정년 연장의 당사자가 되는 장년층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정년 연장이 반가울 수 있지만, 일은 일대로 몇 년을 더 하고 연금은 연금대로 몇 년을 늦춰 받는 데 대한 불만이 없을 수 없다. 65세 정년이 법제화될 경우, 그때까지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건지 아니면 그 이전에 벗어날지는 온전히 해당 장년층의 선택의 문제로 남는다. 그러나 노후 준비가 잘 돼 있다면 정년 연장이 선택의 폭을 넒혀줄 것이지만, 그런 준비가 덜 돼 있다면 그 폭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내 몸의 가동연한이 늘어나는 것을 달가워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자문해보자.

    서영훈(문화체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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