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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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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햄릿 증후군-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5-28 20: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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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결정장애라고 한다. 거리에 즐비한 음식점, 인터넷에 넘치는 맛집 추천글을 보면 메뉴 하나를 정하기도 버겁다. 선택의 폭이 늘어날수록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하나의 선택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선택을 고민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편할 때도 있다.

    ▼결정장애 사회현상을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이라 부른다.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유래했다. 이 증후군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잘 몰라서 고통스러워하는 심리상태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데에서 나온 말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며 끊임없이 고뇌한다. 햄릿 증후군의 원인으로는 개인적인 성향과 성장 배경, 정보의 홍수, 자아 정체성 상실 등이 꼽힌다.

    ▼몸을 계속 쓰면 피로해지듯 정신도 계속 쓰면 피로해진다. 인간이 결정을 내리는데 사용 가능한 에너지에 한계가 있어 한 가지를 결정할 때마다 뇌에 저장된 에너지가 줄어드는데 결정 횟수가 많아지면 나중엔 될대로 돼라며 결정 자체를 포기해버린다. 이를 ‘결정피로’라고 한다. ‘결정피로’에 빠지면 금전 감각도 마비된다. 처음에는 가격과 질의 양면을 모두 고려하면서 선택하지만, 점차 피로해지면 ‘조금 비싸도 괜찮으니 좌우간 결정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까지 든다.

    ▼결정피로에서 벗어나려면 선택지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결정 피로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정작 중요한 에너지는 집무에 쏟기 위해 다른 부문의 선택이나 결정할 사항들은 최대한 줄였다. 옷차림이 대표적인데 회색이나 청색 정장만 입었다고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수록 단순화해야 한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이고, 선택의 고민이고, 그 고민의 해결책은 단순함에 달려있지 않나 싶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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