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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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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가 무력감 느끼지 않는 세상 오길…”

창원서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 추모
경남여성연대, 여성인권 신장 강조

  • 기사입력 : 2019-05-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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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2학년 때 친한 친구의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성폭행을 당했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기분을 다시 느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무력감이었습니다. 저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런 무력감을 느끼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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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열린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 추모행사’에서 시민들이 서명을 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17일 오후 7시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 100여명의 참가자 앞에 선 소녀는 울음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고, 이를 지켜보던 여성 참가자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 자리는 경남여성연대가 마련한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 추모행사로 여성혐오 범죄 등 여성인권에 대한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이날 이 소녀 외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발언대에 섰다. 이들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나 제도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참가자는 “버닝썬 사건의 승리는 구속이 되지 않았고, 우리는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로 묻지마 폭행으로 가장된 여성 대상 범죄의 표적이 되고, 화장실을 사용할 때 불법촬영을 두려워 한다”며 “더 이상 여자가 우연히 살아남는 세상이 아닌 당연히 살아남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도 “최근 발생한 진주의 안인득 사건도 여성을 괴롭히다 여성 등 노약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여성혐오 사건”이라며 “얼마나 많은 여성이 죽어나가야 세상이 바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경남도의회에서 부결된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았다.

    한 청소년 참가자는 “지난해 경남 여러 학교에서도 스쿨미투 운동이 일어났지만 지금 여전히 학교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성차별이나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이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학생인권조례가 부결됐다는 것은 도의회가 청소년들의 바람을 외면한 것”이라며 “스쿨미투에 답하는 방법은 학생인권조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추모제 사회를 맡은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은 “강남역 살해사건 1주기에 우리가 느꼈던 두려움은 지난해 미투운동이라는 용기로 돌아왔다”며 “3주기를 맞은 우리는 이제 용기를 토대로 사회가 변화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며, 우리는 약하지만 서로 연결될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의 발언은 1시간가량 이어졌으며, 발언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상남동 도보에서 5분가량 캠페인을 벌였다.

    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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