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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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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의령 한우산 도깨비숲 나들이

도깨비 보러 가자 “나와라 뚝딱”

  • 기사입력 : 2019-05-1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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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녹색 어린 잎이 제법 짙은 녹색으로 변하면서 어른티를 내는 5월이다.

    이때쯤이면 한반도 어디를 가든 눈부신 신록에 빠져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과 눈 호강을 하련만 하루도 빠짐없이 출현하는 미세먼지와 생존본능을 내세우며 덤벼드는 꽃가루 때문에 마음 놓고 외출하기가 꺼려진다.

    그렇다고 계절의 여왕 5월을 마냥 집안에서만 보내기 아쉽다. 무리하게 많이 걷기보다 자동차 드라이브를 겸해 가볍게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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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산 철쭉과 한우정.
    메인이미지한우산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

    ◆한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는 한우산

    의령군 대의면과 궁류면에 걸쳐 있는 해발 836m 높이의 한우산(寒雨山)이 있다. 산세도 웅장하고 골이 깊으며 곳곳에 기암괴석이 즐비해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한우산은 산이 깊고 나무가 울창해 한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고 하여 찰 한 (寒)과 비 우(雨)자를 쓴다.

    산세가 웅장한 곳을 소개하면서 가볍게 자동차 드라이브하고 등산을 하자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의령군청에서 한우산 생태홍보관까지는 약 14㎞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20분 정도가 걸린다. 의령군청에서 출발해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난 뒤 우회전해 서암저수지와 의령복지마을을 지나다 보면 경남학생교육원 입구 전에 두 갈림길이 나오고, 좌회전하면 꾸불꾸불한 자굴산로가 있다.

    약 3.7㎞를 지그재그로 운전해 가면 쇠목재터널이 나오고 오른쪽 작은 길로 들어서 약 1.9㎞를 더 올라가면 생태홍보관이 나온다. 400여m를 더 가면 큰 공터에 한우정(寒雨亭)이라고 쓰인 2층 높이의 정자가 버티고 있다. 주말이면 등산객들이 붐벼 쇠목재터널 부근에 주차를 하고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하지만 평일에는 한우정에서 400여m 떨어진 곳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타고 올라가도 된다.

    메인이미지한우산 정산 표시석.
    메인이미지풍력발전단지.

    한우정에서 정상을 쳐다보면 나무데크와 시원스럽게 열린 하늘이 보인다. 한숨 크게 내쉬고 한우산 등정을 시작해본다. 200여m 정도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마치 하늘길을 걷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데크 끝에 올라서면 넓은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100여m 더 올라가면 836m 한우산 정상임을 알리는 큰 비석이 맞이한다.

    한우정에서 출발해 불과 20분도 안 돼 끝난 싱거운 한우산 정상 등정이지만 사실은 이제부터가 볼거리 시작이다. 정상 옆으로 길게 늘어선 철쭉 군락지에는 철 지난 철쭉꽃이 여전히 분홍 자태를 자랑하고 있고, 산등성이에 줄지어서 한우산 일대 바람을 끌어 모아 힘차게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도 눈길을 끈다.

    한우산 정상은 사방이 확 트여 인근 유명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우산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오도산(1134m)과 가야산(1430m), 미타산(662m) 봉우리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창녕읍과 화왕산(757m), 영취산(739m), 남지읍까지 내려다보인다.

    서쪽으로는 금오산(849m), 지리산 천왕봉 (1915m), 웅석봉(1099m), 황매산(1108m)도 들어온다. 정상 아래쪽에는 가을이면 정상 부근까지 뒤덮는 억새평원이 있고, 나무테크를 따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연인끼리 왔다면 마치 하늘길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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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우도령을 괴롭히는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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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개떡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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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봉낭자를 사랑한 도깨비.

    ◆한우도령과 응봉낭자의 슬픈 사랑과 도깨비 쇠목이의 질투가 서린 설화원

    가볍게 올라오기로 한 만큼 다음 코스는 한우산에 대한 얘깃거리가 풍성하게 담긴 철쭉 도깨비숲을 가보지 않을 수 없다.

    한우산 정상에서 곧장 내려와 한우정 정자를 지나면 어른 서너 명보다 큰, 발가락과 손가락이 네 개씩인 문지기 도깨비가 도깨비숲 앞에 떡하고 버티고 섰다. 도깨비숲길의 공식명칭은 철쭉 설화원이다.

    문지기 도깨비를 지나 내리막인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가면 한우도령과 응봉낭자의 만남, 입안에 망개떡을 가득 넣은 도깨비, 한우도령을 괴롭히는 도깨비, 비가 된 한우도령, 철쭉이 된 응봉낭자, 철쭉을 삼킨 도깨비, 응봉낭자를 사랑한 도깨비 쇠목이의 이야기를 재밌는 조형물로 표현해 놓았다.

    메인이미지철쭉 설화원 문지기 도깨비.

    한우산에 얽힌 한우도령과 응봉낭자의 사랑, 이를 질투한 도깨비의 얘기는 이렇다. 아득한 옛날 한우산에 한우도령과 응봉낭자가 평생을 사랑하기로 맹세한 사이로 한우산의 정령들과 꽃나무, 산짐승들이 축복해 줬다. 하지만 한우산의 깊고 깊은 황금동굴에 사는 대장도깨비 쇠목이가 응봉낭자를 몰래 사랑하게 되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망개떡으로 응봉낭장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했다.

    너무 화가 난 도깨비 쇠목이는 한우도령을 쓰러뜨리게 되고, 이를 본 응봉낭자도 쓰러지게 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정령들은 응봉낭자를 아름다운 철쭉꽃으로, 한우도령을 ‘한 여름에도 차가운 비’로 만들어 서로 보살피고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대장도깨비 쇠목이는 응봉낭자가 변한 철쭉꽃이라도 갖고 싶은 마음에 꽃잎을 먹었지만 그 독으로 깊은 잠에 빠졌다가 오랜 세월이 흘러 깨어나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이 살고 있는 황금동굴의 금을 만지면 부자가 되게 하는 황금망개떡을 빚어 한우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지만 때론 거센 바람이 되어 한우도령과 응봉낭자의 만남을 방해하는 심술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메인이미지한우상 정상에서 바라본 억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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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 한우산 생태숲홍보관.

    ◆놓칠 수 없는 숨길 10리

    가벼운 등산만을 원한다면 여기서 하산을 해도 좋다. 하지만 조금 더 한우산에서 정기를 받고 싶다면 참나무 숨길에서 ‘숨을 쉬고’, 철쭉향 숨길에서 ‘숨을 고르고’ 나면 홍의송 군락지에서 ‘숨이 트인다’는 ‘숨길 10리’길도 추천한다. 한우산 해발 750m에 조성된 10리 둘레길은 한우산 생태에 대한 정보를 깨알같이 소개한 생태홍보관에서 출발하면 된다.

    출발 전 홍보관 앞에는 일제시대 때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길이 3m, 무게 375kg의 백두산 호랑이가 한우산 숨길에서 발견됐으니 등산객들은 주의(?)하라는 무시무시한 경고판도 있다.

    다소 떨리는 마음으로 홍보관 왼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고사리원이 나오고 4.5리 정도가면 실제 살아있는 듯한 호랑이 한 마리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호랑이 전망대가 나온다. 억새원과 특화식물원, 철쭉 설화원을 따라가다 보면 일반 소나무와 달리 한 줄기에서 여러 가지가 뻗어 나와 마치 큰 우산처럼 생긴 홍의송 군락지가 있다.

    더 많은 한우산의 속살을 찾고 싶다면 사계절 내내 서늘한 찰비골 골짜기, 그리고 양반집에 신분을 속이고 시집 온 한 처자의 슬픈 전설이 서린 가마소도 찾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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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가는 한우산, 야경도 보고 은하수도 보고

    한우산은 주변에 자굴산 외에는 높은 산이 없어 확 트인 전망이 일품이지만 밤에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등산객들이 붐비는 낮을 피해 밤에 찾은 한우산은 간간이 들리는 풀벌레 소리나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달리는 소리만 없다면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고즈넉함이 있다. 한우산 정상이나 한우정 정자에 걸터앉아 멀리 보이는 의령읍과 창원지역에서 새어나오는 도심의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속세의 번뇌마저 저 멀리 보내고 득도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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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이미지한우산 은하수./ 경남신문DB/

    최근 한우산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은하수 명소로도 꼽히고 있다. 한여름이면 은하수를 찍으려는 사람들로 제법 번잡하다. 밤새도록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인해 좀처럼 은하수 보기가 힘들어지면서 한우산 은하수가 사진 마니아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우산 능선 바닥에 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별들의 세계인 별천지로 빠져들게 된다.

    단 맘에 드는 은하수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는 밤을 꼬박 새우는 수고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은하수를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피곤한 몸을 일으킬 때쯤 한우산 산능선에 일렬로 늘어선 풍력발전기 사이로 뜨는 일출은 한우산이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다.

    글= 이현근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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