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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요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준희(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5-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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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축소 전날인 지난 6일 창원의 한 셀프주유소는 주유를 하려는 차량들로 하루 종일 붐볐다. 심지어 주유를 위해 길게 늘어선 차량의 길이가 100m 정도에 이를 정도로 대기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다. 인근 다른 주유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서글픔과 아쉬움이 교차했지만 단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하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다음 날, 어찌된 영문인지 기름값이 오르지 않았다. 주유소 측은 미리 보관 중인 유류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유류값을 올릴 수 없어 예전 그대로의 가격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밤늦은 시간까지 많은 운전자들이 시간과 수고를 들이지 않았을 텐데라는 허탈감이 든다. 주유소가 보유한 유류 물량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처럼 정부의 말 한마디에 서민들은 안절부절못한다.

    사실 지난 7일부터 15%에서 7%로 축소된 유류세로 인해 휘발유는 ℓ당 약 65원, 경유는 46원, 액화석유 (LPG)는 16원이 인상되는 것으로 예를 들어 휘발유 30ℓ를 주입한다면 평소보다 휘발유는 1950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일부는 1950원이 대수롭지 않은 금액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서민들의 빠듯한 살림살이에 기름값 인상은 말 그대로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격’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6.4원 오른 1ℓ에 1496.4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름값이 상승세로 전환한 지난 3개월 동안 주간 상승 폭으로는 가장 컸던 이달 첫째 주의 상승 폭 19원보다 2배 가까운 오름세이다. 경유값도 전주보다 27.7원 올라 1ℓ 평균 1370.4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조처를 단계적으로 환원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며,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소비자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오는 9월 1일부터 유류세가 원래대로 환원되다면 휘발유는 ℓ당 123원, 경유는 87원, LPG는 30원이 오르게 된다.

    정부는 유류세 환원이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석유공사 등과 공조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알뜰주유소가 가격 안정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서민들의 빈 주머니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지갑이 더욱 얇아진 상황에서 기름값 인상 요인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자칫 기름값 부담이 내수 부담으로 작용해 경기 자체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국제유가와 연동해 유류세를 조정하는 ‘유가연동형 탄력세율제’를 검토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유류세를 낮추고 국제유가가 내리면 유류세를 높이는 방식이다.

    서민들은 유가연동형 탄력세율이 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정부가 이 나라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서민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것이다.

    문득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한 권영길 후보가 한 말 한마디, “요즘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이준희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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