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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황채석(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 기사입력 : 2019-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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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문제를 둘러싸고 폭력적 언어와 몸싸움은 기본이고 쇠망치까지 등장하며 또 다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오죽하면 ‘동물국회’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1990년대 정치권에서 만들어져 현재까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는 용어 중 ‘내로남불’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서 말하는 것이다. 또는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일컫는다.

    오늘날 우리나라 국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노라면 17세기 프랑스 시인이며 대표적 우화 작가인 ‘장 드 라퐁텐’이 동물을 의인화해 인간 희극을 부각시킨 유명한 우화 한 토막이 생각난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흑사병이 유행해 동물들이 잇따라 쓰러졌다. 마침내 동물의 왕인 사자가 모든 동물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이 몹쓸 병은 하늘이 죄 많은 우리에게 내리신 천벌이다. 그렇다면 우리들 중 누가 가장 몹쓸 죄를 지었는지 가려 마땅히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 그러니 여러분은 구차한 변명을 하지 말고 솔직히 이 자리에서 죄를 참회하라!” 이렇게 말한 사자는 왕답게 자신의 죄를 제일 먼저 고백했다. 자신은 죄도 없는 양뿐만 아니라 양몰이꾼까지 잡아먹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너무나 배가 고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첨꾼인 여우가 아양을 떨었다. “폐하께서는 너무도 양심적이십니다. 그 천한 양이야 임금님 밥이 되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영광스러울 겁니다. 또 양몰이꾼도 평소에 짐승들을 깔보았던 만큼 고통을 받아 마땅하니 임금님께서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이 말에 사자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표범과 곰 등의 실력자들이 나서서 적당히 자기의 죄를 합리화시키며 형식적인 고백을 했다. 마지막으로 나귀의 차례가 됐다. 나귀가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언젠가 저는 어느 집 옆을 지나면서 너무나도 배가 고파 주인의 허락도 없이 풀을 뜯어 먹었습니다. 제게는 그럴 권한이 없는 줄 알면서도 그런 죄를 지었으니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그러자 나귀의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동물들이 입을 모아 ‘유죄’를 외쳐댔다. 서기인 늑대도 권한 없는 나귀가 함부로 풀을 뜯어먹었기 때문에 하늘이 노했다면서, 그러니까 나귀가 제물이 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모든 동물이 한결같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죄를 합리화시키다가, 마침내 힘없는 나귀를 골라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나귀를 용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없는 허물까지 만들어 나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이 우화는 바로 짐승보다 못한 사람들을 꾸짖기 위해 만들어 낸 이야기일 것이다. 파스칼의 말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남의 죄악이나 잘못에는 분개하면서도 자신의 죄악이나 잘못에는 분개하지도 싸우려 하지도 않는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 토론법을 가르칠 때 강조되는 말 중 하나가 ‘당신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만…(you have a point but…)” 즉 상대방의 논리를 분석, 부분적으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다시 반론을 준비하는 짧은 휴지(休止)를 가지자는 것이다. 그것이 더욱더 평화롭고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은 어떤가? 어디에서나 무조건 “당신 틀렸어” (you’re wrong)라는 고함 소리뿐이다. 언제나 ‘나는 옳고 너는 아니다’ 식의 ‘내로남불’이라는 이 해학적인 용어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유행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황채석 (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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