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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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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인문학과 창의성-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19-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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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을 하다 보면 ‘초보운전’이라고 써 붙인 차들이 보인다. 별 감흥이 없다. 그러다 ‘직진만 1박 2일’, ‘먼저 가, 난 이미 틀렸어’ 같은 표현을 만난다. 웃음이 나온다. 웃음은 방어심과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같은 내용이지만 표현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현대 사회를 감정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사람의 감정이 상품의 생산과 소비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인간관계고, 사업의 핵심도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말이 감정의 중요성을 잘 대변하고 있다. 이런 시대는 말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흔히들 창의성을 새로운 것을 떠올리거나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이해한다. 반면 우리 시대의 창의성은 기존의 것을 다른 곳에 사용하거나 서로 다른 것들을 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과 관련이 깊다. 스마트폰은 전화기와 인터넷, 카메라, MP3플레이어 같은 몇 가지 기능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제품이 된 대표적인 경우다. 마블은 토르 같은 고대의 신들을 현대의 그래픽과 결합시켜 ‘어벤져스’ 같은 영화를 만들어낸다. 신화와 공학기술의 만남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공개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애플에서 만드는 제품은 공학기술과 함께 인문학을 결합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사람들은 그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점차 아이폰 속에 담긴 인문학적 요소들을 통해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인문학은 ‘사람은 어떤 제품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사람이 좋아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알고 공학기술을 적용했다는 뜻이다. 이것이 애플이 인문학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융합이다.

    현재 기업은 제품 설계와 판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문학을 활용하고 있다. 사람의 본성을 알고 제품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 편리한 기능, 감각적 사용법 등을 적용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창의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안상헌 (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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