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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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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역 - 김연동

  • 기사입력 : 2019-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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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엄한 입영열차 가림막 틈 사이로 반기듯 다가오는 낯익은 철로 변에 해맑은 코스모스가 전송하듯 흔들었다



    팔월 그 뜨겁던 날 태극기 든 어머니가 재 넘어 시오리를 허둥지둥 달려 나와 애절히 아들을 찾던 눈물 고인 하동역



    흰 모시 치마 적삼 눈에 띄게 다려 입고 “우리 아들 어디 있소” 이리저리 뛰다니다 신발도 벗겨져 버린 버선발이 아팠다



    분단의 앙금 같은 어두운 창을 열고 얼굴을 내보이며 손 흔들 수 있었다면……, 어머니 눈물로 뿌린 기적소리 듣고 있다

    ☞오월, 꽃들의 색깔이 더욱 짙어 열정이 넘칩니다. 하나, 둘, 셋, 넷…, 줄 맞추어 신록으로 건너가는 나뭇잎들은 ‘햇빛’이라는 어머니를 만납니다. 꽃과 잎들은 당신의 사랑으로 자라 알찬 열매로, 고운 단풍으로 가는 꿈을 꿉니다. 햇빛이 안 보이는 날은 꽃과 나무들도 해를 그리워하며 깊은 사색에 젖습니다.

    오늘은 김연동 시인의 아련한 시간을 엿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배경은 입영열차 안입니다. 열차가 하동역을 지날 때 ‘삼엄한 입영열차 가림막 틈 사이로’ 시인은 ‘흰 모시 치마 적삼 눈에 띄게 다려 입고’ 손 흔들며 “우리 아들 어디 있소” “우리 아들 어디 있소” 애타게 외치는 어머니를 금방 발견합니다. 손도 얼굴도 내밀 수 없는 안타까움에 그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얼굴도 한번 보여주지 못하는 아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아들을 찾지 못해 애타는 어머니의 마음이 ‘하동역’ 철로변의 코스모스가 되어 바람에 흔들립니다. 명치끝을 밀어 올리는 뭉클한 시조 한 편으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봅니다. 임성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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