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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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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84) - 세모본, 나란히 가는 면, 펼친그림

  • 기사입력 : 2019-05-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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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언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셈본 4-2’의 36쪽, 3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36쪽 넷째 줄에 ‘얼마이냐?’가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에는 ‘몇 개인가?’로 물었을 텐데 좀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여섯째 줄에 ‘몇씩’이라는 말도 요즘과는 다른 말이라 눈에 띄었습니다.

    열둘째 줄과 열세째 줄에 걸쳐 나오는 ‘모서리는 서로 나란히 되어 있는 것을 알았다’는 말도 요즘 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평행하다’라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열여섯째 줄과 열여덟째 줄에 걸쳐 나오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다’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직각’이라고 나오거든요. 이런 쉽게 풀이한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배움책을 만들 때 썼으면 좋겠습니다.

    열아홉째 줄에 ‘세모본’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앞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 말이기 때문에 저는 낯이 익어서 반가운 말입니다. 이 말을 처음 보신 분은 도대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았음을 왜 ‘세모본’으로 알아보라고 하는지 얼른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모본’이 ‘삼각자’라는 것을 알고 나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37쪽 첫째 줄과 둘째 줄에 걸쳐 “나란히 가는 면”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위에서 ‘나란히 가는 것’이라는 말을 봤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를 알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요즘 배움책에서는 ‘평행면’이라고 하는데 ‘나란히 가는 면’이 아이들이 그 뜻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쉬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눈과 귀에 익은 ‘평행사변형’이 왜 옛날 배움책에서는 ‘나란히꼴’이었는지도 바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열한째 줄에 ‘펼친그림’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제가 열 몇 해 앞에 다른 사람들에게 옛날 배움책에서는 ‘전개도’라고 하지 않고 ‘펼친그림’이라고 했다고 하더라는 말을 했을 때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옛날 배움책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 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시는 것과 같이 ‘펼친그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또는 5학년 아이들에게 어떤 말이 더 쉬운 말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어린이날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을 흘리신 아버지, 어머니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애를 쓰셔서 하루 동안 아이들을 즐겁게 해 주셨는지 모르지만 쉬운 말로 된 배움책으로 가르치고 배울 길을 마련해 주면 더 많은 날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배움책을 만드는 일에 힘과 슬기를 보태 주시기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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