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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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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77) 제24화 마법의 돌 77

“아무튼 상황을 지켜봅시다”

  • 기사입력 : 2019-05-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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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물자만을 수탈했으나 나중에는 인력까지 수탈했다. 학도병, 징용, 정신근로대로 조선인들이 동원되었다. 놋그릇을 빼앗아가고 식량까지 수탈해갔다. 이러한 시기에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일본은 무엇에 홀린 듯이 가파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일본은 내선일체를 주장하고 창씨개명을 실시했다.

    조선에도 전쟁의 바람이 휘몰아쳐왔다. 유럽도 이미 전쟁의 광기가 휩쓸고 있었다. 독일은 1938년에 폴란드를 침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일본, 독일, 이탈리아는 3국동맹을 맺고 피로 세상을 물들였다. 히틀러는 유태인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했다.

    ‘일본이 어떻게 하려고 전쟁을 계속하지?’

    이재영은 일본의 팽창 정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나라도 세계를 정복할 수는 없다. 일본은 인구나 물자가 풍부한 나라가 아니었다. 일본은 전쟁물자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전시총동원령을 내렸다.

    “전쟁이 심상치 않은 것 같소.”

    이재영은 류순영과 전쟁에 대해서 논의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든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 복구가 시작된다.

    “어떻게 해야 돼요?”

    “사업은 확장하지 말고 자금을 비축해두어야 할 것 같소. 쌀이나 비상식량도 준비해야 할 것이고….”

    “일본이 그냥 있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상황을 지켜봅시다.”

    이재영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옛날의 전쟁은 이웃나라와 했지만 이제는 수천 리, 수만 리 떨어진 곳에 가서 전쟁을 한다.

    일본은 함대와 비행기로 수만 리 떨어진 곳에 가서 전쟁을 하고 있었다. 식량과 장비, 병사를 실어 나르느라고 많은 배가 필요했다.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이유였다.

    창씨개명 때문에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이재영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버티었다. 무엇보다 이재영의 집안이 종가였기 때문에 함부로 창씨개명을 할 수 없었다.

    총독부는 창씨개명을 강력하게 실시했다. 조선인 식자들을 동원하여 창씨개명을 설득하게 하는가 하면 학생들에게도 강제로 창씨개명 명령을 내렸다.

    조선의 가장 심한 욕이 성을 바꾸는 것이다. 곳곳에서 저항이 일어났고 창씨개명을 피해 산골 깊은 곳으로 숨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다.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고통과 불이익을 주었다.

    일본 순사들은 창씨개명을 하지 않는 조선인들을 가혹하게 다루었다.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순사들이 협박을 하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주재소로 끌고 가서 몽둥이로 두들겨댔다.

    이재영의 가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일본인이 운영하는 후지상회가 있었다. 주인은 미야모토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성격이 오만하고 조선인들을 무시했기 때문에 장사가 잘 되지 않았다.

    “조선 놈들은 미개해.”

    미야모토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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