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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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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지금부터라도 협치를- 오근영(변호사)

  • 기사입력 : 2019-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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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의 극한 대치 끝에 결국 가결되었다. 국회는 육탄저지, 회의장 기습 변경,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등으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각 정당은 마치 시합이라도 하듯이 서로 무더기 고발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현역 의원, 보좌관 등 피고발인만 100명 이상이라는데, 그 고발 혐의가 특수공무집행 방해, 특수 감금 및 주거 침입, 폭처법 위반부터 성추행까지 아주 흉악하다. 오죽하면 동물국회라 불리겠는가.

    패트스트랙은 국회법 제85조의 2에 규정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이르는 것으로, 2015년 5월 개정된 국회법에 반영된 ‘국회선진화법’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과반의석으로 법안 가결을 시키는 속칭 날치기 법을 방지코자 만들었으며,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의 60% 찬성으로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패스트트랙 지정은 2017년 11월 24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세월호 참사 관련 약칭 ‘사회적 참사진상규명법’ 수정안, 2018년 12월 27일 유치원 사태에 따른 ‘유치원3법’ 개정안 2건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 법안은 무엇이 문제인가.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의 범죄행위를 수사하는 특별기관인데, 자유한국당은 여야 합의로 특검과 특별감찰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공수처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며 또한 형사법 체계의 근간인 기소독점주의도 무너진다고 반대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으로 늘리는 것과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것인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같이 지역구가 강세인 정당에게는 의석 확보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선거연령이 낮아지는 것도 자유한국당에게는 불리하기만 하다.

    그런데 패스트트랙의 도입은 민생법안이 정쟁으로 인해 무더기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사안의 시급성에 따라 입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한 절차이다. 때문에 선거제 법안과 공수처 법안은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를 확립하는 중요한 제도인 만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자유한국당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다만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오게 된 경위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입법 사항과 관련하여 원내정당 간의 갈등이 첨예할 경우 원내대표들끼리 협상할 수 있고, 그것이 원내대표의 가장 큰 역할이다. 공수처 법안과 선거제 법안은 그동안 여러 차례 논의되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자 자신들의 입장만을 주장하면서 극한 대립만을 하였을 뿐 협의는 없었다. 대화와 토론 없이 무조건적인 반대와 무조건적인 밀어붙이기, 상대 당에 대한 날선 비난과 공격만이 난무했다. 어쩌면 패스트트랙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었을 뿐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다. 본회의 상정되어 법안이 가결되는 과정에서 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여야 5당의 품격있는 대화와 토론을 통한 진정한 협치 정치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한 가지. 패스트트랙 지정 갈등에 밀려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강원도 산불 피해복구와 포항지진 피해복구 예산, 소방관 국가직화, 미세먼지로 인한 학교 공기청정기 확충 등 추경안은 물론 탄력근로제 관련법, 최저임금 관련법,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등 산적한 법안들이 부디 처리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근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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