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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100년 학교’ 문화운동회

100년간 이런 운동회는 없었다!

  • 기사입력 : 2019-04-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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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운동장에 천막을 쳐놓고 동네 사람들이랑 다 같이 영화 보고 그랬지.” “마을 잔치가 있으면 학교에 솥을 걸어놓고 나눠 먹었다니까.” 지난달 28일 오후 성호초등학교 옆 철길에서 머리가 희끗한 중년들이 학창 시절 추억담을 내놓으며 서로 말을 거들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과 과정 등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뜻하지만 그 시절엔 마을 공동체 공간이자 공동육아를 도맡는 역할을 했다.

    1901년 개교한 마산 성호초등학교는 한때 7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할 만큼 학생 수가 많아 인근 교방·무학·상남초로 분교되기도 했다. 마을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던 학교는 산업화, 도심의 변화에 따라 한 해 졸업생이 20여명으로 줄어들며 폐교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안타까워하던 시민들이 개교 100년이 넘은 학교가 구닥다리 이미지로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켜켜이 쌓아온 역사와 이야기를 그대로 소담하게 지켜가자는 목소리를 냈다. 이를 위해 5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 창원지역 내 100년이 넘은 성호·창원·경화초등학교에서 ‘100년 학교 문화운동회’를 연다. 창원초는 현대미술가 조각가 김종영과 축구선수 김용수·윤빛가람 등이, 성호초는 아동문학가 이원수, 조각가 문신, 전 국무총리 노재봉이 나온 학교다. 또 웅천초는 항일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웅천지역에 자리해 역사성이 짙은 곳으로 의미가 있다. ‘100년 학교 문화운동회’ 취지와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목적= 지난달 28일 오후 성호초등학교 인근 임항선 그린웨이 철길에서는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된 ‘숨 쉬는 공간의 감각들, 추억을 기록하다: 마을·공동체·사람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소리였다.

    이 프로그램은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건강한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에 힘쓰는 (사)경남정보사회연구소가 주축이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50%, 창원시 50% 매칭 지자체 보조금 사업으로 1억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오는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에 진행된다. 생활밀착형 문화시설을 거점으로 장소를 확장하거나 다수의 문화시설과 연계를 통한 생활문화를 확산하는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 가운데 학교를 무대로 한 기획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개교 100주년을 훌쩍 넘긴 창원, 마산, 진해지역의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과 학부모, 형제자매, 친구, 세대를 뛰어넘는 선후배가 함께하는 문화운동회가 총 5회 열릴 예정이다.

    경남정보사회연구소 박종순 이사장은 “예전 학교는 마을의 소통 매개였다. 쇠퇴했다고 쓸데없어진 것이 아니다. 마냥 아쉬워하기보다는 이야기가 숨 쉬는 공간에 모여 추억을 나누고 살려보자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화의 중심이자 지역공동체 문화의 거점인 학교를 통해 성별, 연령, 세대를 초월한 문화공동체의 가치를 복원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주변의 문학관, 문화센터 등 생활문화공동체 간 교류를 통해 권역 문화공동체 네트워크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추억의 먹거리·체험거리 풍성= 성호초등학교에서는 4월 28일과 6월 30일, 11월 3일 총 3번의 행사가 마련된다. 첫날인 4월 마지막 일요일엔 골목에서 놀면서 즐기는 ‘고(古)고(go)한 미션’과 ‘추억을 팝니다-점빵으로 오이소’ 등 체험 프로그램이 열렸다. 아이들이 십자말 풀이, 삼행시 짓기, 노랫말 바꾸기, 독립선언서 낭독 등 미션을 수행하며 동네·학교 박사가 되도록 기획했다. 학교 위 꼬부랑길에서 ‘꼬부랑 할머니’ 노래를 부르고, 문신, 김해랑, 김춘수, 천상병 등 지역 예술인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메인이미지고(古)고(go)한 미션에 참여한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메인이미지문화운동회 참여자들이 삼행시 짓기, 돌림판 돌리기, 뽕망치 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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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껏 뛰놀던 아이들은 옆 부스인 ‘점빵’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쫀드기, 번데기, 뻥튀기 등 추억의 주전부리도 먹을 수 있고, 뿅망치 놀이, 공기놀이 등 놀거리도 가득해서다. 성호초 68회 졸업생인 김경연 마을활동가는 옆에서 연신 쫀드기를 굽고 돌림판을 돌리느라 분주했다. 그는 “학교와 마을을 잇는 철길에서 선후배들과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분이 새롭다”며 “학교와 동네 사람들이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메인이미지마산 성호초 출신 김경연 마을활동가가 초등학교 때 찍은 사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엄마 아빠들은 학창 시절 즐겼던 간식과 놀이로 추억에 빠졌고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에 신기해했다. 네모반듯한 양은에 분홍소시지, 볶음멸치, 김치, 계란 프라이를 얹은 ‘추억의 도시락’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성호초 학교 마크를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과 버튼 제작, 파우치 꾸미기 등도 마련됐다.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다= 재학생과 동문, 교직원, 마을 주민들이 기억 속의 마을을 기록해 보는 프로그램도 있다. 양리애 아트디렉터와 한경희 작가가 학교를 배경으로 한 사진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수집해 주민과 예술가의 협업으로 작품을 만드는 커뮤니티 예술활동을 펼친다. 아는 얘기, 모르는 얘기를 작품으로 공유해 일상이 되어버린 동네를 새롭게 느끼고, 동네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교 앞 문방구나 점방 이야기, 점빵을 지키던 주인과의 에피소드, 등하굣길에 생긴 잊지 못할 추억 등 소소한 것들도 이야깃거리가 된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카툰 동화로 엮은 대자보 형태의 이야기 책을 만들어 연말에 발간할 예정이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다니던 기억을 알록달록 예쁜 털실 방울로 표현하는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성호초 56회 졸업생 할머니가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후배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 때는 한 반에 68명이었는데, 16반이나 됐어. 동네에 가파른 길이 많아서 학교에 물건을 옮길 일이 있으면 리어카에 실어서 옮겼데이.”

    컬러풀한 추억 방울들이 모여 커다란 조형물을 이루며 현재와 과거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형물을 미술작품으로 탄생시켜 학교에 기증, 전시할 예정이다.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0인이 화자로 참여한 ‘사람책을 빌려드립니다’도 운영됐다. 문학가, 피아니스트, 작곡가, 연극인, 방송인, 사회운동가 등 학교 출신 선배들과 동네 사람들이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성호에서 4년을 다니다 교방으로 전학을 갔다는 우무석 시인은 철길에서 노닐던 기억과 서원곡으로 소풍 갔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 시인은 “조각가 문신 집에 화가 최운이 살았고, 인근에 시인 박재호도 살았다”며 “가난한 예술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고 당시 이야기도 흥미롭게 풀어냈다.

    마지막으로 모두 함께 이야기하는 ‘톡톡! 공감 콘서트’가 이어졌다. ‘아구할매’로 유명한 방송인 김혜란과 사회자 전철이 진행을 맡았다. 특히 성호초 67회 졸업생인 김혜란씨는 “모교에서 뜻깊은 행사를 진행하게 돼 기쁘다”며 “옛날 성호초가 살아나는 것 같아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일정= 프로그램 기획자들은 “사실 주택가다 보니 골목 미션이나 행사 때 방해될까 염려가 많았는데 주민들은 지나다니면서 궁금해하고 집 앞 공간도 기꺼이 내주시더라”며 “‘학교가 100년이 되니 이런 일도 다 있네’, ‘오랜만에 아이들 소리가 나니 좋다’며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성호초는 오는 6월 30일과 11월 3일에 두 차례 더 문화운동회가 있다. 6월엔 학교 운동장에서 가족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캠핑요리 축제’가, 11월엔 동네 명물인 ‘6·25 떡볶이 콘테스트’가 열린다. 창원초등학교는 5월 31일, 경화초등학교는 9월 29일 학교 운동장과 강당 일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며 문의는 ☏ 265-0021로 하면 된다.

    글 사진=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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