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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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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19-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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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 인문학이 회자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인문학이 왜 필요하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려운 것은 인문학 자체가 가진 성격 때문일 것이다.

    인문학은 왜 사느냐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인문학은 사람과 세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한마디로 정해진 답이 없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고 인생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문학에 끌린다. 왜?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불안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알지 못하는 존재다. 자신이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막막해하며 불안에 떠는 존재, 한마디로 실존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원초적으로 결핍을 안고 태어난다.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을 쌓고 미래를 예측한다.

    인간이 만든 학문과 지식은 결핍 혹은 불안의 산물이다. 낯선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던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고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가 지식이다. 이런 지식 중에서 인간의 삶과 가장 밀착된 것이 인문학이다. 나는 누구이며, 세상은 어떻게 이뤄져 있고, 어떤 삶이 바람직한지 고민한 흔적이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인간을 ‘던져진 존재’라고 말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태어나야 하는 이유도 없이, 낯선 세상에 던져진 것이 인간이다. 목적 없이 던져졌기에 인간은 자유롭다. 무엇을 할 것인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괴롭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자유는 선택의 어려움과 갈등, 두려움을 낳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책임의식이다. 내가 선택한 것을 책임질 수 있는 태도가 있다면 어떤 선택이든 큰 후회는 없을 것이다.

    인문학은 돈이 되는 학문이 아니다. 하지만 삶의 기반이 되어 일상을 힘차게 살아갈 동력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돈보다 중요하다. 누구나 불안하고 두렵지만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주는 힘이 인문학에 있다.

    안 상 헌

    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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