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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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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두 개의 뉴스를 보는 시각- 김미숙(마산문협 회장)

  • 기사입력 : 2019-04-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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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두 개의 뉴스가 교차되며 읽혔다. 하나는 그 전날인 21일 스리랑카에서 일어난 폭탄테러에 관한 뉴스다. 교회와 호텔을 비롯한 8곳에서 연쇄폭탄테러가 있었고 사망한 사람만 무려 290명, 부상자가 500여명이라고 했다.

    요즘 테러는 지면과 화면을 장식하는 흔한 뉴스가 되어버렸지만 일어날 때마다 두렵고 충격적이다. 저지르는 사람들은 치밀하게 준비하겠지만 당하는 사람들은 경고 없이 죽음의 지옥으로 떠밀리는 형국이다. 전쟁은 국제 규칙상 일단 선전포고라도 하게 되어 있다. 그러지 않으면 UN 제재를 각오해야 한다. 반면 테러는 선전포고가 없다는 점, 숨어서 타인을 해한다는 점, 민간인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아주 비열하고 악랄한 행위다.

    또 하나의 뉴스는 다음 날인 23일에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폭행하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학생들이 재판결과가 나온다는 뉴스다. 이미 법정 최고형이 구형된 학생들은 검찰의 조사결과를 인용하면, “숨진 중학생은 78분간 무차별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지옥 같은 순간을 겪었다”면서, “이들에게 폭력은 놀이와 같았으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다”고 했다.

    나는 두 개의 뉴스가 가지는 의미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르다면 스리랑카 테러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고, 옥상의 ‘테러’는 한 학생이 죽었다는 것이다. 죽은 이들에겐 각자가 한 번의 죽음이었을 것이다. 오히려 78분간의 폭행을 당한 끝에 사망한 학생이야말로 폭발로 숨진 스리랑카 테러의 희생자보다 더 두렵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두 테러가 다른 게 있다면 전문 테러범들은 본인들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인천 중학생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에 대해 무지했다는 것이다. 테러범들에겐 어떤 어린 시절이 있었을까. 폭행을 저지른 학생들은 나중 어떤 모습의 성인이 될까. 두 개의 뉴스가 머릿속에서 교차되면서 내내 스스로에게 묻던 질문이다.

    38세의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자 상임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은 남미 베네수엘라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비행청소년들 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것도 10년 전인 불과 28세 때. 파격이었고 세계 음악계가 그에게 환호했다. 가난하고 험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동들에게 음악수업을 받게 하는 국가지원 시스템인 엘 시스테마의 정식 명칭은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이다.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엘 시스테마의 사무국장은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프로 음악가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예술은 인간의 감성을 움직이고 감성은 인간을 바꾼다. 지금 우리 사회도 왕따 문제와 청소년 범죄가 일상화되어 간다. 피해학생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가해학생이 어떤 성인으로 자라느냐에 따라 사회가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지식축적우선주의다. 정서를 풍요롭게 해야 쓸모있는 지식이 된다. 그러나 예술 관련 교육은 솔직히 마지못해 시간 채우기 정도로만 생각한다. 이제 바뀔 때가 되었다. 문제는 누가 언제 먼저 시작하느냐다. 국가가, 사회가, 교육자가, 부모가 서로 미루면 기회는 없다. 지금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미숙 (마산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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