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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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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질병·가난 대물림 ‘원폭 피해자’ 대책 세워라

  • 기사입력 : 2019-04-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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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폭 피해자들에게 질병과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다. ‘한국인원자폭탄피해자지원위원회’가 최근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 원폭피해자지원특별법 시행 후 첫 조사다. 조사결과 2018년 8월 현재 생존자(대한적십자사에 등록)는 모두 2283명으로 이 중 경남이 725명(31.8%), 부산 504명(22.1%), 대구 326명(14.3%)으로 70%가 영남에 살고 있다. 문제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노출돼 피해를 본 1세뿐만 아니라 그들의 2세에게까지 질병과 가난이 대물림되고 있는 데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이다.

    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보면 74년 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다가 피해를 당한 한국인은 7만명. 이 중 4만명이 사망하고 생존자 중에는 2만3000명 정도가 한국으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중 현재 생존자로 확인된 2283명은 고령에 원폭의 영향이 겹쳐 23%가 장애를 겪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70세 이상 일반인 장애인 비율 17.5%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또 36%가 기초생활수급자로 65세 이상 인구 중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5.7%의 6배가 넘는다. 생존자 전체의 지난해 입원 이용률도 34.8%로 70세 이상 평균 이용률 31%보다 높다. 의료비 본인부담액도 지난해 1인당 평균 124만원으로 70세 이상 평균인 110만원보다 많아 일반인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질병과 가난의 대물림도 문제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도 큰 문제다. 조사에서 피해자 1세대의 11%, 2세대의 9.5%가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피해 사실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보였다. 여기에다 피폭 영향이 유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원폭 피해자들은 질병과 가난, 사회적 차별, 불안 등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셈이다. 원폭 피해자와 그 자녀들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이들이 질병과 가난에서 벗어나고 불안과 사회적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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