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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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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82) - 심부름, 도르다

  • 기사입력 : 2019-04-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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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4285해(1952년) 만든 ‘셈본 1-2’의 58쪽, 5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58쪽 첫째 줄에 ‘심부름’이 나옵니다. 이 말은 요즘도 같은 꼴과 뜻으로 쓰는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을 보고 ‘심부름’이란 말은 왜 ‘심부름’이라고 했을까 하는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찾아보니 여러 가지 풀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부름’으로 가르고 ‘심’은 ‘힘’을 뜻하는 말로 풀이를 하고 ‘부름’은 ‘부림’으로 풀이를 하는 것이 가장 많았고 가장 그럴듯했습니다.

    옛날책에 ‘심부림’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 가장 믿음이 갔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힘을 부린다는 뜻이 남이 시키는 일을 하여 주다는 뜻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우리말의 말밑(어원)을 궁금해서 찾아보거나 묻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른들도 이런 일에 함께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절로 우리말이 가진 맛과 멋을 알게 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줄에 ‘도릅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을 보고 제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 말을 본 적이 있는지 물으니 처음 보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뜻은 어림해서 알 수 있겠는데 요즘 잘 쓰지 않는 말이라 이 말이 낯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말의 으뜸꼴(기본형) ‘도르다’는 ‘몫을 갈라서 따로따로 나누다’는 뜻이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것처럼 ‘~을 ~에/에게 도르다’는 꼴로 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뜻을 알고 나면 이 말과 아랑곳한 ‘도르리’라는 말도 쓸 일이 많을 것입니다.

    ‘도르리’는 ‘1)똑같이 나누어 주거나 골고루 돌라 줌. 또는 그런 일’이라는 뜻도 있지만 ‘2)여러 사람이 차례로 돌려 가며 먹거리를 내어 함께 먹음. 또는 그런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 많이 쓰였는데 요즘도 이런 일을 하면서도 이 말을 몰라서 못 쓰는 사람이 많지 싶습니다.

    요즘 ‘배달’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배달’이 ‘물건을 가져다가 몫몫으로 나누어 돌림’을 뜻하니까 ‘배달’을 ‘도르다’의 이름씨꼴인 ‘도름’으로 갈음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택배’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이 말이 ‘집까지 배달한다’는 뜻이므로 ‘집도름’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얄궂은 말을 만들어 쓴다고 나무라기 앞서 우리 아이들에게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울 길을 먼저 마련해 준다면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말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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