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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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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65) 제24화 마법의 돌 65

“동업할 만한 친구가 있나?”

  • 기사입력 : 2019-04-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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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라 단양의 첩첩 산들은 추색이 완연했다.

    “동업할 만한 친구가 있나?”

    “총독부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가 새 사업을 하고 싶어 합니다.”

    류관영의 말에 이재영은 선뜻 내키지 않았다.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항상 멸시하고 있었다. 사업을 같이 하게 되면 멸시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인들이 싫으십니까?”

    “당연히 싫지.”

    “이제는 일본인에게 머리를 굽혀야 합니다.”

    “일본인들에게 멸시를 당하는 것이 좋겠나? 조선인들은 삼등국민이야.”

    “양반이 장사를 하는 세상이 아닙니까? 사농공상(士農工商)… 장사꾼이 가장 천한데 자형도 장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사람이 우리와 함께하겠나?”

    “제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이재영은 시멘트사업을 류관영에게 맡기기로 했다. 류관영의 말이 옳다. 천하는 일본의 세상이다. 일본과 손을 잡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사업에 대한 것도 조선인에게는 잘 허가해주지 않는다.

    시멘트사업은 생각보다 빠르게 추진되지 않았다. 이재영도 시멘트사업에 열의를 갖지 않았다.

    중국에서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었다. 일본군은 중국의 국민당군대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다. 중국군이 수만 명씩 포로가 되고 상해에서 남경으로 향하는 연도에 폭탄이 쏟아졌다. 일본군은 파죽지세로 진격했다. 참혹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곳곳에서 중국인들이 학살되었다.

    일본군들은 중국 여자들을 강간한 뒤에 인체의 장기를 떼어내어 식인을 하는 자들까지 있었다. 광기가 일본군을 휩쓸었다.

    일본군의 두 하사관은 누가 먼저 중국인 100명의 목을 베는가 하는 시합을 벌여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사실은 도쿄 아사히 신문에 ‘백인참대접전(百人斬大接戰!)’ ‘백인참초기록(百人斬超記錄!)’이라는 제목으로 잇달아 보도되었다.

    중국인을 무릎 꿇리고 목을 베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까지 했다.

    일본군은 미쳐 있었다. 남경에서는 마침내 중국인 남녀노소 30만명을 학살하여 전 세계가 공분하게 만들었다. 양자강이 피로 물들고 수만 명의 시체가 떠내려가 악취가 들끓었다. 남경대학살이 벌어진 것이다.

    조선에는 일본군의 승리 소식만 전해져 왔다. 일본인들은 중국에서의 승전 소식을 들으면서 환호했다. 그러나 전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중국은 광대했고 일본군이 중국 전역을 점령할 수 없었다.전쟁이 계속되면서 물자 부족 현상이 일어났다. 물가가 오르고 장사는 잘 되지 않았다. 일본은 전선을 확대하려고 했다. 독일과 동맹을 맺고 대동아공영을 부르짖었다.

    “전쟁이 점점 확대되는 것 같아요.”

    류순영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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