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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벚꽃아, 올해도 수고했다- 이상원(창원시 마산합포구청 행정과 주무관)

  • 기사입력 : 2019-04-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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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였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황급히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주차장에 자리 잡은 벚나무에 꽃이 얼마나 피었나 쳐다보고선 ‘여긴 이래도 진해는 팝콘처럼 터질 거야’라며 스스로 위안했었다. 평소 꽃놀이를 즐기지 않던 필자가 벚꽃이 피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 것은 방송 때문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동료의 바람까지 더해져서인지 만개한 벚꽃이 브라운관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또 필자는 진해 벚꽃 아래 서 있었다. 작년과는 해야 할 일이 달랐지만 경화역의 그 기차 옆이었다. 올해는 평년보다 일찍 만개하면서 필자가 갔을 땐 벚꽃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은 이마저도 놓칠세라 경화역을 가득 매웠다. 인파에 묻혀 한참이나 경화역에 차출돼 자리한 기차를 보고 있자니 ‘전국 어디에도 이렇게 관심받은 기차가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기차는 군항제 기간 동안 원 없이 일했지 싶다. 문득 영화 ‘토이 스토리’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선 아이가 가지고 놀아주는 장난감은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해했다. 아마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 기차도 그랬을 것이다.

    경화역에선 바람도 비둘기도 벚꽃비를 만들려 쉴 새 없이 날았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지고 연신 포즈를 잡고 셔터를 눌러댔다. 오후에 들어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사람들은 기차와 벚꽃비를 사진에 담으려 분주했다. 우산을 들고서도 사진을 찍으려 늘어선 행렬은 벚꽃천지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그렇게 진해군항제는 창원시의 자평처럼 해가 갈수록 더 멎진 축제로 발전되어 가고 있었다.

    여러 유명 작가들이 세상에 없는 표현을 들어 벚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필자는 가히 ‘밀당의 최고수’라고 말하고 싶다. 진해 벚꽃은 며칠 폈다 지고선 사람들을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 사람들은 교통지옥을 맛보고서 다신 안 본다 돌아선다. 그런데 벚꽃에 이끌려 또 진해를 찾는다.

    최근 벚꽃이 빨리 피다 보니 군항제 개최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등 의견들이 있다. 그런데 진해에서 마지막까지 벚꽃을 즐기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아직 시기 조정을 심각하게 고려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았다. 해마다 외국관광객은 눈에 띄게 늘고, 더구나 매년 4월 1일부터 진해군항제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창원이라는 도시와 진해군항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열일을 해준 벚꽃에게 인사를 전하고 싶다. 꽃은 나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 피어내는 결정체라고 하는데, 추위와 더위에 병충해까지 지난한 싸움을 이겨내고 혼신을 다해줘서 고맙다. 벚꽃아, 올해도 수고했다.

    이상원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행정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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