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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불은 자연재난인가, 인적재난인가?- 이진규(경남안전실천연합 사무총장)

  • 기사입력 : 2019-04-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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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강원도 고성, 속초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은 자연재난인가? 인적재난인가? 산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과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산불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대부분 인위적인 산불로서 주요 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성묘객 실화, 생활쓰레기 소각 등이다. 그중에도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이 가장 많다.

    최근에 발생한 강원도 고성 산불의 원인이 전신주의 개폐기라는 것은 한전이 전기장치설비의 노후화 파악 및 유지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전은 강풍에 리드선이 끊기면서 스파크가 튀었거나 날아온 비닐이나 은박지가 전선에 달라붙어 열이 높아지면서 불이 붙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전의 설명대로라면 점검 미흡과 관리부실의 인재가 아니라, 강풍과 전기장치 스스로가 문제라는 것이다.

    한전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사고의 탈의인화를 떠올렸다. 지난 2017년 경주 지진 때 필로티 건축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필로티 건축물의 기둥이 지진으로 붕괴된 것은 필로티 건축방식이 아닌 내진설계가 안 된 필로티 기둥이 문제였는데도 정부와 언론은 마치 필로티 건축물이 죄인인 양 몰아붙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고성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된 개폐기는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전선 피복의 두께는 2㎝이다. 강풍에 날아든 날카로운 물체가 전선을 잘랐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태풍이 불 때마다 전선은 다 잘려야 하나? 한전은 지금부터라도 전신주의 변압기와 개폐기부터 살펴야 한다. 교체비용을 아껴서 지역 선심성, 인기성 정책에 편승해서는 곤란하다. 일례로 한전공대 설립비용이 자그마치 5000억원이다. 이 돈이면 전국의 모든 전신주 변압기와 개폐기를 교체하고도 남는다.

    산림청과 지자체는 지형, 기후 등에 따라 진화 인력 등을 적절히 배치해 산불 예방 활동을 실시하고, 산불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해 초동 진화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이 산불예방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입산 금지 기간 중 무단 입산자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를 현실화해 산불 원인 제공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농민들에게는 영농폐기물 수거·처리사업에 대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에서는 폐비닐의 경우 평균 수거비를 인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아울러 산불 예방 교육을 확대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진규 (경남안전실천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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