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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투기 못하면 바보 되는 세상-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4-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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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벌려면 법을 어겨야 한다. 양심적으로 법을 따르다가는 십중팔구 서민층 아래로 떨어져 거의 알거지 신세가 된다. 우리나라서는 특히 그렇다.

    수년 전 도내 모 지역에서 숨어 성인 오락실을 운영하다 큰돈을 거머쥔 한 지인이 “돈을 벌려면 법을 어겨야 한다”는 당시의 말 같지 않은 말이 만고의 진리가 됐다.

    이젠 오락실에서 손은 털었지만, 숨죽이면서 불법으로 돈을 벌지 않았다면 그도 자식 학비 걱정하고, 전셋집 전전하며, 아내와 잦은 다툼에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최근 재개발지역에 수십억 상가를 분양받았던 청와대 대변인과 부동산 투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장관 후보자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려면 정직하면 안 된다’는 불멸의 지식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장관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부동산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에는 “평생 살다 보면 그 정도는 있지 않느냐”고 애써 외면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이게 아니다. 오히려 투기 안 한 사람이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가 된다. 오직 상명하복, 유리지갑 속, 박봉과 수익에 허덕거리는 직장인, 공무원, 소상공인 등 국민 대다수가 바보였다. 세상물정 모르고, 돈 버는 방법도 모르고, 정직밖에 모르는, ‘그게 잘못이지’ 이런 모양새다.

    적폐를 청산하는 현 정부에서 이런 투기성 인사들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심각하다. 바꿔 생각하면 투기도 할 줄 모르는 대다수 서민층이 바보 또는 적폐인가라는 물음에 와 닿을 수 있다.

    이왕 부동산 얘기가 나왔으니 주변 지인들이 겪은 얘기 한번 해보자. 얼마나 은행권에 돈 빌리기가 어려운지 말로 표현하기 그지없다.

    아파트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해보면 복잡하다. 제1금융권은 정부의 은행융자 제한으로 쉽게 이뤄지지가 않는다. 담보대출이지만 담보권의 60% 정도, 신용도에 따라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이것마저 직장인의 봉급 수입이 얼마인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생각한 만큼 대출자금이 부족하면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린다. 여기 또한 한 달 수입이 얼마인지, 떼준 소득증명원의 소득이 만족하지 않으면 조금 더 나올 수 있는 세무서에서 지난 한 해 수입자료를 떼주기도 한다.

    평생 집 한 채 마련하는 데도 이렇게 복잡하다. 도장을 수십 장 찍는다.

    이런 현실에 청와대 대변인이 40년이나 된 낡은 건물을 사기 위해 1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지인에게 수억원 빌리고, 그렇게 재개발되는 지역의 건물을 구입했다 하면, 자산을 저렇게 늘린다고 박수라도 쳐야 하는가. 돈 벌려면 법이고 현재의 위치고 필요 없어진다.

    집 한 채 마련하려고 돈 1억원 대출에 피똥을 싸는 서민들이 바보다.

    장관 등 후보자들이 위법, 탈세 등을 하지 않았다면 자산을 늘려가는 과정은 뭐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쩐지 사회가 정의롭지 않은 형세처럼 느껴진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의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은 생뚱맞다.

    예전부터 만연된 후보자들의 투기성 의혹 등 높은 분들의 낮은 도덕성에 화가 난다.

    투자 같은 투기야 있겠지만, ‘투기 못하면 바보가 되고, 정직하면 돈 못 번다’는 그런 세상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거다.

    전강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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