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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벚꽃 길을 거닐며- 이문재(정치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4-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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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맘때면 꼭 느끼는 것이지만 진해(창원시 진해구)에 사는 것은 참 호사(豪奢)다. 꽃놀이라고 굳이 날을 빼지 않아도, 먼길을 떠나지 않고도 늘상 꽃에 파묻혀 산다. 창밖도 벚꽃이고, 차창 밖도 벚꽃이다. 길가도, 먼 산도, 바닷가도 온통 분홍색이다. 올해 벚꽃은 여느 해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뜨려 벌써 꽃잎을 털어내는 나무가 많다. 흩날리는 꽃잎이 아쉽기도 하지만, 진귀한 꽃비가 두둑히 보상을 한다. 그리고 보니 지금의 진해는 사방팔방, 하늘과 땅 어디에도 벚꽃을 피할 도리가 없다.

    벚꽃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보름 정도가 절정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라도 불면 기간이 짧아지긴 해도, 그래도 이 동안은 예쁜 구석이 남아 있다. 벚나무는 더 이상 꽃잎이 남아 있지 않게 되면 빠르게 초록잎을 내놓는다. 꽃잎을 밀쳐내기라도 하듯 꽃자리를 재빨리 대신한다. 화려했던 시간에 절대 미련을 두지 않고, 또 다른 삶을 위해 변신하는 결단력이 놀랍다. 벚나무는 그렇게 풍성한 푸른잎으로 뜨거운 여름을 지내고, 가을에 고운 단풍으로 또 한 번 꽃을 피운다. 똑같은 땅에서, 똑같은 몸뚱아리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아름다움을 다하는 것이 벚나무의 덕성(德性)이자 매력이다.

    창원은 벚꽃으로 들떠 있지만, 내일 투표가 실시되는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창원성산 보선은 전국에서 통영·고성과 함께 두 군데서만 치러지는 데다, 고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로 ‘진보 1번지’라는 특성, 전례를 찾기 힘든 집권여당과 야당의 단일화, 전 국회의원의 재도전 등등 관심거리가 넘쳐난다.

    여기다 최근의 여러 정치적 상황이 창원성산의 집중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후 치러지는 첫 선거라 황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받는 시험대다. 창원성산을 탈환할 경우 정국 주도권의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기대, 나아가 내년 21대 총선까지 힘을 받을 수 있다. 황 대표뿐 아니라 당지도부가 총력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의당은 노 의원의 별세로 치르게 된 선거라 지역구 사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또 한국당에 맞서는 민주·평화·정의당의 범여권 연대도 염두에 둔다. 통영·고성과 묶으면 의미는 더 커진다.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들 지역에서 잡은 우위를 지켜내야 슬금슬금 추격하는 한국당의 기를 꺾어 놓을 수가 있고, 한국당은 실지(失地) 회복을 통해 전통 텃밭인 영남권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간절하기 때문인지, 공약(公約)이 역대급이다. 당이 직접 나서 지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약속하고 있다. 누가 되든 살림살이가 확 펴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역선거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높은 분들이 몰려 내려오니 지역민들은 우쭐해질 만하다. 유권자로서는 참 즐거운 일이다.

    공약은 얼핏 벚꽃 같다. 꽃은 나무를 가리고, 마음도 가린다. 깜박하면 눈과 마음을 뺏긴다. 벚꽃에 취하는 건 ‘낭만’이지만, 거짓 공약에 빠져들면 ‘낭패’다. 모든 상황이 어렵고 절박하다. 만약 공약이 공약(空約)이 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꽃놀이 가듯 들떠서 투표소로 향하면 안 되겠다. 꽃잎이 지고, 약속대로 푸른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지, 또 고운 단풍을 선사할 수 있는지, 이듬해 봄에 다시 꽃을 낼 수 있는지. 그런 진실되고 튼실한 벚나무를 선택해야겠다.

    이문재 (정치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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