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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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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54) 제24화 마법의 돌 54

“일본 구경 좀 시켜줘요”

  • 기사입력 : 2019-04-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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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이재영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재영과 혼인을 할 때 그녀와의 궁합을 보고 그녀의 사주를 보았다. 사주를 보는 사람들이 류순영의 사주를 보고는 저절로 잘될 사람이라고 했다. 여자의 사주로서 류순영처럼 좋은 사주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주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같은 말을 했다. 류순영의 사주가 좋은 것 같기는 했다. 부모님도 중농으로 편안하게 일생을 살았고, 건강도 큰 문제가 없었다. 딸과 아들들도 좋은 교육을 받았다.

    이재영은 속앓이를 했다. 그는 류순영이 2000석에 이르는 쌀을 낭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자들에게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빌려준 것이다. 쌀을 돌려받을 확률이 거의 없었다.

    경기는 다시 악화되고 있었다. 경성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대구도 점점 인구가 늘어났다. 인구는 늘어났으나 빈민들이 더 많았다. 농토를 잃은 사람들이 도시 빈민이 되었다. 흉년도 계속되었다. 여름에는 가뭄과 폭우가 몰아쳤다. 그래도 가을이 되자 쌀을 수확하게 되었다.

    “봄에 빌린 쌀을 가져왔습니다.”

    이재영의 창고로 사람들이 빌린 쌀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얼마 빌렸지요?”

    “다섯 말 빌렸는데 한 되 더 가져왔습니다. 이자로 생각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류순영이 환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숙였다. 그런 일은 매일같이 계속되었다. 한 달 만에 2000석이 모두 채워지고 50석이 더 들어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이재영은 깜짝 놀랐다. 가난하고 돈 없는 사람들이 더욱 신용을 잘 지킨 것이다. 여름 내내 쌀을 되돌려 받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했었다.

    이재영은 때마침 들어온 쌀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당신이 아무래도 장사를 해야 할 것 같소. 나는 집에서 살림이나 해야 하고….”

    이재영은 류순영과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이재영은 커피를 마시고 류순영은 대추차를 마셨다. 류순영은 절대로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일본 구경 좀 시켜줘요.”

    류순영이 밝게 웃었다.

    “일본뿐이겠소? 구라파도 구경시켜주겠소.”

    “그럼 구경 가요.”

    류순영이 이재영의 팔에 매달렸다. 이재영은 류순영에게 크게 배웠다고 생각했다. 신용은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잘 지킨다. 이재영은 그 후에 외상거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외상을 거래하면서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익이 더 많았다.

    해가 바뀌자 이재영은 류순영을 데리고 일본 여행에 나섰다. 부산에서 관부연락선을 타고 시모노세키로, 시모노세키에서 열차를 타고 도쿄로 갔다.

    1937년 4월의 일이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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