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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도다리 쑥국, 달고 쓴 봄의 맛- 윤난실(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

  • 기사입력 : 2019-03-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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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의 봄 진미, 도다리 쑥국을 먹으러 왔다. 통영에 연인을 두었던 백석 시인이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조코’라고 언급했듯이 봄 도다리는 담백하고도 달다. 거기에 남해의 섬에서 캐온 갓 올라온 연한 쑥의 쌉싸름한 향이 어우러져 한 그릇 봄 맛이 입속에 가득하다. 이제는 통영뿐만 아니라 고성, 사천, 창원에서도 3월 한 달간 횟집에서 먹을 수 있는 경남 대표 봄 음식이 됐다. 통영 서호시장에 가서 봄볕 가득한 바다를 바라보며 한 그릇 하고 싶었지만, 창원 시내의 노포에서 먹는 도다리 쑥국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도다리 쑥국을 음미하고 있으려니, 3월 내내 지면에 올라오는 월동채소와 봄나물 재배 농민들, 그리고 광어 양식 어민들의 소식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시금치부터 양파, 양배추, 냉이에 이르기까지 지난겨울 따뜻했던 날씨와 시설하우스의 증가 탓에 채소와 나물들이 과잉 생산됐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수확할 엄두도 못 내고 밭을 그냥 갈아엎는다는 것이다. ‘좌광우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다리와 사촌지간인 광어 역시 연어와 방어 수입이 급증하면서 작년 말부터 가격이 폭락해 제주도와 전남의 양식어가들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다행히 도다리와 쑥은 직격탄을 맞지 않았지만, 경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쑥 재배 농가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 쑥도 안심하긴 이르다.

    지난 3월 초 주남저수지 부근의 시금치 농가에서 창원의 문화기획자 그룹이 준비한 시금치 브런치 행사가 있었다. 시금치 가격이 폭락해서 밭을 갈아엎으려던 농가가 시민들에게 시금치 밭을 제공해서 수확도 하고, 수확한 시금치를 샐러드로 만들어 셰프가 요리한 시금치 수프와 같이 먹는 행사였다. 5년간 우리나라에서 수확도 못하고 버려진 채소가 자그마치 39만t이다.

    유엔에서 버려지는 먹거리를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세운 이후, 유럽에서는 버려지는 농산물과 먹거리를 다시 살려내어 활용하는 사회혁신 프로젝트가 한창이라고 한다. 우리도 농어민을 위해, 또 버려지는 먹거리를 줄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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