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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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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새로운 창원 세우기 꿈- 최규하(한국전기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19-03-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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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성산벌에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봄이 찾아왔다. 따스한 봄볕은 점심식사 후 불모산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있는 나의 눈꺼풀을 아주 무겁게 만든다. 한국전기연구원에 큰 사고가 발생했다. 최신 로봇인 ‘케리봇 4.0’이 연구소를 탈출해 버린 것이다.

    케리봇은 100여개 이상의 초소형 강력모터로 구성돼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얼굴과 손 등 피부조직이 유연도체와 신축전극으로 만들어져 옷만 제대로 갖춰 입으면 일반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몸 속에는 일주일 동안 연속으로 작동 가능한 수소에너지 장치가 장착돼 있고, 전선은 물론 공중 전자파만으로도 무선충전을 할 수 있어 시간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다.

    며칠 후, 집 나간 케리봇이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케리봇 등 뒤에서 아리따운 여성 로봇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케리봇은 여성 로봇을 자신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 로봇 등 뒤에 업혀 있는 아기 로봇이 본인의 아이라는 말에 다들 뒤로 나자빠졌다. 정말 놀랄 일은 그 다음 날 아침에 벌어졌다. 밤새 아기 로봇의 덩치가 커져 성인 로봇으로 성장해 있었고, 팔에는 또 다른 아기 로봇이 안겨져 있었던 것이다. 연구원의 미래소재 연구팀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연구비를 투입해 자동증식형 유연재료 개발을 추진했는데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케리봇은 탈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그 난제를 스스로 해결해낸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별도의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 연구원 전체를 경악하게 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수준의 케리봇이라면 창원 경제를 살려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며 활용방안을 논의했고, 그 결과를 창원시에 보고했다. 창원시장은 창원시뿐만 아니라 경남지역 전체가 합심하면 케리봇 이상의 더 큰 성과를 빠르게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총력전을 제안했다. 이후 경남지역 모든 유관기관들이 실행방안을 논의했으나 초반 진척이 매우 느렸다. 그러던 중 전기연구원 전략정책부장이 케리봇을 초기 플랜 수립 단계부터 논의에 함께 참여하도록 건의했고, 케리봇의 참여 이후 경제 활성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창원을 비롯한 경남에 많은 스마트 팩토리가 빠르게 구축됐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제품들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생산된 제품들은 케리봇 군단들이 직접 만든 자율주행 트럭과 전기추진 선박 그리고 비행로봇들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곳곳으로 신속 배달됐다. 모든 결제는 경남·창원페이 중심으로 이루어져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국내외 매스컴들은 케리봇을 통한 성공적 경제 변혁을 연일 보도하였고, 전 세계의 이목이 경남·창원에 집중됐다. 로봇기술을 통한 스마트 시티 구축으로 모든 사람들은 일주일에 10시간 이내 유연근무를 하며 가족들과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일과 삶의 균형이 완벽하게 이뤄진 ‘워라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온 나라가 밝고,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꿈에 그리던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고, 무엇보다 그 중심에 전기연구원이 있었기에 그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맑고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행복을 누리던 순간, 갑자기 하늘을 날던 비행로봇 한 대가 바로 내 앞에 떨어지며 ‘쾅’하는 굉음을 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한바탕 꿈이었다. 비록 꿈이었지만 케리봇과 그들이 만들어 낸 세계는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한국전기연구원으로부터 시작된 케리봇 기술이 창원을 빛내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꿈을 기대해본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창원 세우기’, 줄여서 새로운 개념의 ‘창세기(꿈)’가 아닐까? 잠시나마 행복했던 꿈을 아쉬워하며 벤치에서 일어나 내 집무실로 향한다. 꿈속의 창세기를 생각하며 흘러내린 입가의 침을 닦아내 본다.

    최규하 (한국전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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