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0일 (월)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빅 브라더’ 현신(現身)- 양영석(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3-28 07:00:00
  •   
  • 메인이미지


    오늘날 우리는 은행, 백화점, 관공서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일거일동을 감시당하며 살고 있다. 언제 얼마의 현금을 인출하는지, 어떤 물건을 사는지, 어떤 문서를 발급받는지, 어디로 가는지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노출된다. 도청 장치를 통해 통화 내용이 새어나갈 수도 있고, 휴대폰의 전원을 켜놓은 동안에는 다른 사람이 우리의 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다.

    또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우리의 신상정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흘러들어가 악용되고 지하철, 버스, 공중화장실, 숙박업소 등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에 의해 사생활이 노출되거나 성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이 1948년 출간한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빅 브라더’가 등장한다.

    극한적 전체주의 양상을 띠고 있는 가상의 국가 오세아니아의 정치 통제 기구인 당은 허구적 인물인 ‘빅 브라더’를 내세워 독재 권력의 극대화를 꾀하고 정치 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텔레스크린, 사상경찰(思想警察),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해 당원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은 수신과 송신을 동시에 행해 어떠한 소리나 동작도 낱낱이 포착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빅 브라더’는 당원들의 사상적인 통제를 위해 과거의 사실을 끊임없이 날조하고, 새로운 언어인 신어를 창조해 생각과 행동을 속박함은 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까지 통제한다.

    이런 상황은 조지 오웰이 작품을 썼을 당시에는 단지 미래에 대한 공상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개인의 사생활과 신상정보가 쉽게 노출되게 된 오늘날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감시시스템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결합을 통해 사실상 인간 삶의 모든 면을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시스템’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중국 정부는 신용사회 건설을 내세우며 인민은행과 법원 등의 신용기록을 토대로 2020년까지 전 국민과 기업의 신용 등급을 점수화하는 ‘사회적 신용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기록이 좋은 개인이나 기업은 무료 건강검진, 은행 대출 우대 등의 혜택을 누리고, 신용기록이 불량한 개인이나 기업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라오라이’(老賴)로 불리는 악성 채무자로 낙인찍히면 비행기나 고속철 탑승, 고급 호텔 숙박, 자녀 사립학교 입학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라오라이는 공식적으로 13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CY크레딧이라는 민간 업체와 함께 개인정보, 자원봉사, 사회적 관계, 신용기록, 소비기록 등을 토대로 개인의 사회적 신용평가 등급을 매기는 ‘사회적 신용평가 앱’도 개발 중이다. 자원봉사, 연구논문 발표, 지식재산권 획득 등 ‘착한 일’을 하면 최고 신용등급을 받아 온라인 쇼핑 할인, 취업 우대 등의 각종 혜택을 누리고 커닝, 표절 등 ‘나쁜 일’을 해 등급이 내려가면 여기서 제외시키는 식이다.

    자유, 개성, 다양성 등을 추구하는 21세기에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통제하려는 중국 정부나 이를 알고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중국인들 모두 미스터리로 여겨진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부국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