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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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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호미 한 자루- 윤병주(LH경남본부 주거복지사업단장)

  • 기사입력 : 2019-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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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계 유수의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잘 팔리는 한국 상품 중의 하나가 경북 영주의 한 대장간에서 만든 호미란다. 시골 5일장에서나 팔릴 것 같은 호미를 외국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정원을 가꾸는 데 그만이란다. 하기야 잡초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도 자랄 것이다. 잡초를 뽑는 데는 호미만 한 물건이 없을 듯싶다.

    호미는 우리네 시골에서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노상 가지고 쓰던 농기구가 아닌가. 한여름의 땡볕 아래서 넓은 밭의 김을 매던 당신들에게는 호미는 징글징글하고 한이 서린 물건이다. 한편으론 손에 익어 정도 들었던 애증이 교차하는 농기구였다.

    며칠 전 집을 정리하다 보니 창고에서 앙증맞은 호미 두 자루가 나왔다.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 다닐 때 갯벌체험을 하면서 쓰던 것이다. 조개를 잡는답시고 신나게 호미질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호미 하나를 두고도 할머니 세대는 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던 노동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고, 손자 세대는 갯벌에서 친구들이랑 깔깔 웃으며 조개를 잡던 놀이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우리 속담 중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건이 생길 때 많이 인용하는 속담이다. 일이 터질 때까지 미루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람의 본성인 것 같다. 하지만 뒤로 미루지 말고 호미로 막아야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삼포, 오포, 칠포 등으로 표출되는 젊은이들의 상실감이다. 특히 젊은 층의 주거문제 해결도 그중 하나다.

    요즘 어려운 경제상황 등으로 내 몸 하나 편히 누일 수 있는 방 한 칸을 구할 수 없어 가슴을 졸이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호미 한 자루를 쥐여 주는 것과 같다. 그래야 인생의 텃밭을 일구든 정원을 가꿀 것이 아닌가.

    최근에 신혼부부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임대주택이 공급되고 있다. LH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하길 권한다. 좋은 방법들이 많다. 미루지 말고 두드려야 열린다.

    윤병주 (LH경남본부 주거복지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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