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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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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50) 제24화 마법의 돌 50

“왜 안 주무세요?”

  • 기사입력 : 2019-03-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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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매출 4000원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당시 조선 최고 부자가 1000만원대의 재산을 갖고 있었는데, 박승직은 박가분으로 인해 몇 년 만에 조선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박가분에는 납 성분이 들어갔다. 납의 독성 때문에 많은 여자들의 얼굴에 피부가 괴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승직 상점은 결국 박가분 판매를 중단했다.

    이재영은 그날 밤 늦게 대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후 5시에 기차를 탔다. 대구는 밤 10시가 넘어서 도착했고 집에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집에 돌아오니까 마음이 편하네요.”

    류순영이 이재영의 옷을 받아 걸면서 웃었다. 여행을 하여 기분 좋은 표정이다.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이재영은 잠자리에 누워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경성에 올라가서 화신백화점을 보고 박승직 상점도 보았다. 화신백화점은 조선 최초의 백화점이다. 대구에도 그런 백화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기상조일 수 있다. 박승직 상점의 박가분처럼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가분과 같은 상품을 만들어 팔 수는 없다. 그런 상품을 만드는 것은 운이 좋아야 한다. 박가분은 사업가의 운일지도 모른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는 말이 있다. 운이 칠할이고 노력이 삼할이라는 뜻이다. 박가분은 박승직의 부인이 개발했고, 박승직은 가게에서 팔아 막대한 돈을 번 것이다.

    부인의 덕을 단단히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아내는 집안을 돌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는 박승직 상점이 부럽지 않았다. 가화만사성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이 화목해야 만사가 잘된다는 뜻이다.

    “왜 안 주무세요?”

    류순영이 이재영의 옆에 와서 누웠다.

    “경성 구경은 좋았소?”

    “좋았어요.”

    류순영이 이재영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경성 구경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소. 나는 우리 삼일상회를 조선 제일의 상회로 만들 생각이오. 상회에서 최고의 좋은 상품을 팔고, 직원들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해줄 거요.”

    “알았어요.”

    류순영이 이재영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가슴과 이재영의 가슴이 닿았다. 부드러운 류순영의 가슴이 밀착되자 기분이 좋았다.

    “삼일제일주의….”

    이재영은 자신이 꿈꾸는 사업에 대해서 류순영에게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그런데 류순영이 조용했다.

    ‘뭐야?’

    류순영이 가늘게 코를 골고 있었다.

    ‘남편이 이야기를 하는데 잠을 자다니.’

    이재영은 어이가 없었다. 경성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기차를 타고 대구로 돌아왔으니 피곤하기도 했을 터였다. 그러나 이재영은 잠이 오지 않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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