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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49) 제24화 마법의 돌 49

‘내 아내가 미인이구나’

  • 기사입력 : 2019-03-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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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마친 뒤에 춘당지에서 나와 인정전에 이르렀다.

    “집이 엄청 크네요.”

    류순영이 인정전 추녀를 올려다보면서 감탄했다.

    “임금님이 정치를 하던 곳이오.”

    이재영도 인정전의 추녀와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묵중한 기와 위에 잿빛이 가득해 더욱 슬픔이 느껴졌다.

    “지금은 임금님이 안 계시잖아요?”

    “일본인들이 우리 조선을 빼앗아 갔소.”

    “그런 말 하면 일본순사들이 잡아간대요.”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

    “그런 말 하지 말아요. 괜히 큰일 나요.”

    류순영이 펄쩍 뛰었다. 이재영은 웃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창경원에서 나오자 인력거가 있었다.

    이재영은 류순영과 함께 인력거를 타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대구에서 올라와 화신백화점을 구경하고 창경원을 둘러보아 피로했다. 그러나 여관에는 침대가 있고 욕실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재영은 류순영과 함께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내 아내가 미인이구나.’

    이재영은 생글거리고 웃는 류순영이 흡족했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껴안고 몇 번이나 입을 맞추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은 뒤에 이재영은 류순영을 데리고 본정통과 남대문 시장을 구경했다. 본정통은 중심가를 일컫는 것으로 일본 상점들이 많았다. 남대문 시장에는 조선인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일본인들의 상점은 고급스럽고 조선인의 상점은 정말 볼품없구나.’

    이재영은 점포에서 팔고 있는 물건을 비교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일본과 조선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전차를 타고 동대문으로 갔다. 동대문 광장시장 일대는 많은 포목점들이 있었다. 종로4가에는 화장품 판매로 유명한 박승직 상점도 있었다.

    박승직 상점은 박가분(朴家粉)을 만들어 팔아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당신은 박가분 하나 사지 않겠소?”

    이재영이 박승직 상점 앞에서 류순영에게 물었다.

    “저는 화장을 하지 않아요.”

    “박가분이 여성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고 하오. 내가 사줄 테니 한번 써보시오.”

    “기생도 아닌데 왜 화장을 해요? 나는 싫어요.”

    류순영은 화장을 싫어했다.

    “아름다워지면 더욱 좋지 않소?”

    이재영은 화장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류순영에게 박가분을 사주었다. 박승직 상점에는 많은 직원들이 있었다. 박가분이 크게 인기를 끌어 하루 매출이 무려 4000원에 이른다고 했다. 40전을 하는 박가분이 하루 1만 갑이나 팔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가분(張家粉) 서가분(徐家粉)이 나오고 왜분(倭粉)에 청분 (淸粉)까지 들어와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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