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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분자가족- 강지현 (편집부 차장)

  • 기사입력 : 2019-03-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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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가 되면 밥을 먹듯 때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게 순리라 여겼다. 남자+여자= 결혼. 사회에서 정해준 이 ‘결혼 공식’을 의심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살아 보니 정답은 없었다. ‘때’를 놓쳤다고 해서 그 사람이 모자라거나 부족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때를 놓치고도 잘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엔 너무 많았다.

    ▼지난달 출간된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화제다. 저자 김하나·황선우에 따르면 그들은 여자 (Woman) 둘, 고양이(Cat) 넷이 한집에 사는 ‘W2C4’가족이다. 1인 가구를 원자로 친다면 그들은 다른 원자들과 결합해 분자를 이뤄 살고 있다. 이른바 조립식 분자가족. 이 예를 활용하면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식이 탄생한다. 동성끼리 산다면 M(man)2나 W2, 동거 중인 남녀가 개(Dog) 둘과 산다면 MWD2, 친구 셋이 산다면 M2W, MW2, M3, W3가 될 수 있겠다.

    ▼프랑스엔 팍스(PACS·Pacte civil de solidarite·시민연대계약)라는 제도가 있다. 1999년 도입된 성인 간 시민 결합 제도다. 팍스에 등록하면 결혼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부부에 준하는 ‘사회적 보장’을 받는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 외에는 법적보호자가 될 수 없다. 현행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형태의 부부는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뿐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2017년 28%를 넘어섰다. 셋 중 한 명은 혼자다. 결혼을 대하는 인식도 변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혼남녀 비율은 48.1%였다. 처음으로 50% 선이 무너졌다. 혼인과 혈연으로 연결된 전통적 가족제도에 묶여 있기엔 우리사회는 너무 많이 변했다. 결혼 안한 이성이 함께 살아도, 동성이 같이 살아도, 이들을 인정하고 보호해줄 때가 됐다. 서로 의지하고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족의 본질이라면 그들은 이미 ‘가족’이다.

    강지현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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