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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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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칼럼] 다문화교육을 넘어서

  • 기사입력 : 2019-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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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근무하는 학교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2년 전 3월의 어느 날이었다. 급식소로 향하는 길에서 점심 먹을 생각에 신이나 쌩하고 뛰어가던 한 아이와 살짝 부딪히는 일이 있었다. 그 아이는 얼른 고개를 돌려 “쌤, 죄송합니다!” 라고 큰 소리로 사과했다. 나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과 갑작스런 충돌로? 아니다.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하는 학생은 검은 얼굴에 하얀 이를 쓱 내보이며 웃음 짓고 있는 외국 아이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학생은 옆 친구들에게 “야! 배고파 죽것다. 빨리 쫌 가자!” 라고 경상도 사투리를 외치며 급식소로 향했다. 10여 년의 교직생활 동안 보아왔던 다문화학생들은 대부분 가까운 아시아 국가 출신 또는 국제결혼으로 외모에서 한국인의 느낌을 받았던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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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학교 안에서 검은 피부의 학생을, 아니 사투리를 쓰는 흑인 학생을 처음 접한 경험이 나를 놀라게 했던 것 같다. 급식소에 도착하고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친구를 향했다. 놀란 나의 마음과는 달리 주변 친구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며 그 친구와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시 3학년이었던 얼굴이 까만 친구를 생소하게 느낀 건 아마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 혼자였던 것 같다.

    2년이 지난 지금의 학교 모습은 어떨까? 얼굴이 까만 아이가 더 많아졌고 다양한 국가 출신의 부모를 둔 아이들이 부쩍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에게는 다문화학생들이 ‘외국인’ 학생이라는 생각은 점점 희미해지고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2018학년도 교육통계를 살펴보면 초·중·고 다문화학생 수는 12만2212명으로 전년대비 11.7%가 증가했으며 전체 학생 중 2.2%를 차지한다. 그중 초등학교 다문화학생은 9만302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다문화학생의 비율이 20%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문화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 해답을 세계시민교육에서 찾고자 한다. 세계시민은 세계사회의 특징을 이해하며 세계사회의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적응하며 인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 세계시민교육은 이러한 시민의식을 갖춘 세계시민을 길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다문화학생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학교현장의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점이라 생각된다. 2015년 세계교육포럼에서 채택한 ‘교육2030’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가 공동으로 노력해 달성하기로 합의한 글로벌 교육목표에 세계시민교육이 포함됐다. 기존의 다문화학생들에게 주안점이 맞춰진 다문화교육을 벗어나 모든 학생들이 차이와 다양성에 대해 존중하며 인류애를 함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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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관현 (양산 서창초 교사)

    즉,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 돼야 한다. 다문화학생들에 대한 일방적인 이해와 지원이 아닌 일반학생들과의 어울림을 통해 세계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우리 학생들 모두가 함께 키워나가는 어깨동무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관현 (양산 서창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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