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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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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들어줘서 고마워요- 윤병주 (LH경남본부 주거복지사업단장)

  • 기사입력 : 2019-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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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고향 동네 앞으로 6차선의 국도가 지나간다. 통행량도 엄청 많다. 산골동네의 그나마 있던 손바닥만 한 논들은 죄다 도로에 편입되다시피 했다.

    몇 년 전 도로를 확장할 때 마을 앞에 방음벽을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마을 사람들이 핏대를 세우고 갑론을박했다. 방음벽을 세우면 동네 경관을 망친다는 의견과 방음벽이 없으면 시끄러워 못 살거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결국은 방음벽을 안 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어쩌면 세상과 벽을 쌓지 않고 살고 싶은 고향 동네 어르신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성품이 그렇게 드러난 것이리라.

    요즘은 듣고 싶지 않은 소리는 차단하고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들리게 하는 이기적인 방음벽이 판치는 것 같다. SNS 등 소통의 도구는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는데 이것이 열린 소통이 아니라 끼리끼리만 통하는 닫힌 소통의 도구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창원시내 곳곳에는 ‘고마워요. 내 말 끝까지 들어줘서. 그리고 웃어줘서’라는 글귀가 쓰여진 걸개그림이 걸려있다. 볼 때마다 따뜻한 느낌이 든다. 나도 마음속의 벽을 허물고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야지 다짐을 하는데 실제로 그게 잘 안 된다.

    LH는 임대주택에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보살피고 말벗 역할을 하는 ‘LH 홀몸 어르신 살피미’를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그만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누군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은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든다. 따뜻한 봄이다. 이 좋은 계절에 잠시라도 마음속의 방음벽을 허물고 귀 좀 열어놓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좀 들어봐야겠다. 입이 근질근질해도 꾹 참고.

    윤병주 (LH경남본부 주거복지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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