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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45) 제24화 마법의 돌 45

“집이 아주 높아요”

  • 기사입력 : 2019-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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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창밖을 내다보거나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순영아, 사랑해.”

    이재영이 재빨리 류순영의 귀에 속살거렸다. 그는 아직까지 아내의 이름을 불러 본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고마워요.”

    류순영이 얼굴을 붉히면서 햇살처럼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아아 어쩌면 이렇게 예쁜 미소를 지을까. 이재영은 류순영의 미소에 가슴이 설레었다. 슬그머니 손을 뻗어 류순영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류순영이 이재영을 쳐다보고 생긋 웃었다.

    날씨는 좋았다. 기차는 덜컹대면서 산야를 달리고 있었다. 퇴락한 시골마을이 지나고 산과 강이 차창으로 지나갔다. 협곡을 지날 때는 꽃들이 차창에 닿을 듯이 가까웠다.

    기차 안에도 일본인들이 타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경멸하는 듯 위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기차는 덜컹대면서 달렸다.

    경성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경성은 사람이 정말 많네요.”

    역사에서 나오자 번화한 역 광장과 남대문 일대가 보였다. 사람들이 많아서 두려운 듯 류순영이 이재영의 손을 잡았다. 경성역 광장에는 인력거도 많고 전차도 자주 오갔다. 이재영은 류순영을 데리고 전차를 타고 화신백화점 앞으로 갔다. 백화점 앞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여기가 백화점이에요?”

    “백화점이오. 수많은 상품을 파는 곳이지.”

    이재영은 백화점을 올려다보았다.

    “집이 아주 높아요.”

    “대리석 돌로 벽을 쌓았소. 고딕식 건물이라는 거요. 서양에는 이런 집들이 많소.”

    이재영은 류순영의 손을 잡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경성의 백화점은 이재영도 처음 들어가는 곳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점원들의 상냥한 인사와 점포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품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이게 뭐예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류순영이 당황하여 물었다. 백화점은 3층까지 있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일본에서 본 일이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라는 거요. 자동계단이라고 부르는 거지.”

    이재영은 일본에서 백화점에 들른 일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타보고 신기하여 기술문명시대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타요?”

    “나를 따라 오시오.”

    이재영은 류순영을 살피면서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어머!”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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