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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국가원수 모독죄- 조윤제(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3-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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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랏님도 곁에 없으면 욕한다’는 속담이 있다. 백성의 삶이 얼마나 궁핍했으면 맞아 죽을 각오까지 하면서 나랏님을 욕하려 했을까. 돌이켜 보면 기자의 청년 시절, 젊은이들이 나랏님을 함부로 욕했다가는 경을 치기도 했다. 한참 시국에 눈뜰 나이지만 곁에 없다고 나랏님을 흠담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며 나랏님 모독하는 발언을 제대로 못했다.

    ▼공공연히 나랏님 모독하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기도 했다. 유신 시절인 1975년 ‘국가모독죄’라는 죄명을 담은 형법 제104조의2 조항이 신설됐다.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등의 내용이다. 박정희 독재정권은 국민들의 정권 비난을 틀어막기 위해 이 법률로 국민을 통제했다.

    ▼국가모독죄는 13년간 국민통제 수단으로 악용되다 폐지됐다.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이듬해 치러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13대 국회가 ‘민주발전을 위한 법률개폐 특별위원회’를 만들면서 폐지의 급물살을 탔다. 1988년 12월 열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 법안 폐지 개정안은 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런데 이 법안 폐지를 공동발의한 167명의 명단을 보면 당시 평민당 소속 초선인 이해찬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름이 있어 눈길을 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지난 12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연설 내용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며 응수했다. 얼어붙은 봄 정국에 해빙 기류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 모독’ 발언 논란까지 가세해 대치정국이 오래 갈 듯하다.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현실이 아쉽다. 

    조윤제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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