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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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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창원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악기들 울림 무대 가득 채웠지만 빈 객석 아쉬워
모차르트·코플랜드·슈트라우스 곡 연주
김대진 감독, 섬세한 감성 리더십·작품 해석 뛰어나

  • 기사입력 : 2019-03-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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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립교향악단.


    악기들의 조화로운 울림으로 니체의 메시지를 생생하게 전했다.

    지난 14일 오후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제317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김대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취임 후 열 번째 정기공연이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이날 프로그램 노트는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제2번 라장조 작품 13번과 코플랜드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채워졌다.

    연주회는 모차르트의 곡으로 시작됐다. 디베르티멘토(기분 전환)의 뜻처럼 마치 여행을 떠난 듯한 연주였다. 모차르트가 젊은 시절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와 작곡한 곡으로, 여행지에서 받은 영향이나 음악적 감회를 표현하고 있다. 1악장은 알레그로 D장조 4/4박자로 힘차게 휘몰아치는 1주제로 시작되고, 곧바로 2주제(A장조)가 제2바이올린으로 연주되며, 짧은 전개부를 지나 재현부가 나타난다. 이 곡은 현악의 하모니가 중요한 곡으로 독주적 성격을 띠고 있는 데다 능수능란한 강약 조절이 필수여서 단원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하다. 마치 이른 아침 새들이 지저귀는 듯 현악기 연주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1악장을 지나면 다소 느긋한 안단테 G장조 3/4박자의 간략한 소나타 형식, 3악장 프레스토 D장조 2/4박자로 접어든다. 분위기를 반전시켜 도입부 네 마디의 악주에 이어 현을 잘게 켜는 연주가 젊고 싱그러운 봄의 느낌을 고스란히 선사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인 코플랜드의 곡은 클라리넷 솔로이스트 보리스 알카버든과 협연했다. 현대적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연주는 드물게 2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작품 전체를 관망하면서 현악으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이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솔로이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괜찮은 접근이었다. 세계적인 연주자로 손꼽히는 알카버든은 이날 혼자 현악들을 이끌고 가는 강력한 힘을 보여줬다. 특히 청아한 클라리넷에 더블베이스의 묵직함을 더해 무게감을 잡은 점이 좋았다. 재즈 클라리네티스트의 의뢰로 만들어진 만큼 재즈 요소가 돋보이는 곡이다. 카덴차에 이르러서는 박자와 리듬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이내믹한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무대에서 현악기에 관악기, 타악기 단원들이 모두 등장하며 드디어 소리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영화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서주가 울려퍼지는 순간 객석에는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퍼졌다. 트럼펫의 팡파르 뒤 조용히 등장한 팀파니는 포효를 터트리는데, 이때 금관악기와 현악기가 힘을 보탠다. 1분 50초의 짧은 연주이지만 장엄한 연주는 객석을 압도했다. 이어 30여 분 동안 8개의 연주가 차근차근 이어졌다.

    창원시향은 질서 정연한 악보 속 음표에 충실하면서 희로애락을 담은 선율을 표현해냈다. 특히 ‘치유되고 있는 자’에서는 플루트의 맑은 소리가, ‘춤의 노래’에서는 바이올린 독주가 빼어났다.

    무대가 끝나자 김 감독은 악보를 들어보이며 경애를 표했다. 김 감독의 감성 리더십과 뛰어난 작품 해석으로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창원시향의 가치를 보여준 무대였다. 섬세하고 정확하며 격정적인 지휘와 몸동작으로 철학적 메시지를 설명하고 집중력 있는 연주력을 보인 점은 칭찬할 만했다. 난도 높은 곡들을 쉼 없이 내달린 탓에 비올라 줄이 끊어지는 돌발사고가 발생했지만, 매끄럽게 연주를 마무리해 괜찮은 호흡을 보여줬다.

    이날 공연은 빈 객석이 꽤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내밀한 음악을 즐기는 창원시민들의 성숙함과 한층 단단해진 악단의 실력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음악에 시나 연극을 결합한 ‘교향시’ 본연의 무대를 시도하는 시향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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