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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3만달러 시대, 나는 어디에 서 있나- 서영훈(사회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3-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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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난해 국내 신문들은 ‘10년째 2만 달러’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쏟아냈다. 지난 2006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 2만달러를 넘어선 뒤 3만달러 고지를 밟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하는 기사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3만달러가 드디어 지난해 우리에게 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인당 GNI가 3만1349달러로, 2만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에 3만달러를 넘어섰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3만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전 세계 230여 국가 중 한국을 포함해 24개 국가에 불과하다.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 중 3만 달러를 넘는, 이른바 30~50클럽에는 한국이 일곱 번째로 들었다.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는다는 것은 이들 수치에서 알 수 있듯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 여부를 따지는 기준으로 여겨질 정도이니, 자축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분위기가 좀 수상쩍다. 낮은 경제성장률에다 고용률마저 하향곡선을 그리는 판국이니 3만달러를 돌파했다고 기뻐할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3만달러는 우리 돈으로 3500만원이 넘는다. 4인 가족이라면 가계 소득이 1억4200만원이 돼야 한다. 억대 연봉자가 70만명을 넘어서긴 했지만, 우리나라 가계소득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러한 괴리는 국민총소득이 가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기업 부문의 소득까지 포괄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국민총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조금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의 1인당 GNI는 2100만원에 그친다. 3인가족이라면 6300만원, 4인 가족이라면 8400만원쯤 벌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구나 가계 평균소득이 70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일 뿐이다.

    2006년 2만달러를 넘었을 때나, 이번에 3만달러 돌파했을 때나, 대개의 가계가 이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성장률이 지금과 같은 2%대 중반을 유지할 경우 10년 안에 4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역시 귀에 쏙 들어올 리 만무하다.

    또 10년이 지나서 5만달러가 되든, 또다시 10년이 흘러 6만달러가 되든 마찬가지다. 남의 지갑이 아무리 두둑하더라도 내 지갑이 비면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면 대다수의 가계가 3만달러 시대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까. 이 지점에서 사람마다 생각이 갈린다.

    어떤 쪽에서는 국민총소득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 하여 기업 소득을 강제적으로 가계로 이전할 수는 없으니 절대적인 파이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1990년대 17~18%였던 기업 비중이 2000년대 이후 25% 안팎까지 높아진 대신 가계 비중은 69~70%에서 60~61%로 추락한 사실을 떠올리면서 기업 소득의 가계로의 이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그는 “낙수효과는 미신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파이가 커지면 우리 가계가 정말 3만달러나 4만달러, 5만달러에 걸맞은 지위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영훈 (사회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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