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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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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경남문예회관 창작 뮤지컬 ‘의기’

지역성·메시지 좋았지만 가사 전달 부족 ‘옥의 티’
진주 기생들 독립만세운동 최초로 다룬 팩션 뮤지컬
전통·현대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춤 인상적

  • 기사입력 : 2019-03-1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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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로는 솟구치는 분노에 비장하게, 때로는 흐느끼듯 애절하게 울려 퍼지는 구성진 가락에 빠져들었다. 지난 8~9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 창작 뮤지컬 ‘의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진주 기생들의 독립만세운동을 최초로 다룬 공연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과 지역 예술단체 ‘공연예술 BOX 더플레이’가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이 작품은 진주 기생들이 ‘조선의기단’이라는 비밀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다는 역사적 기록에서 출발한 ‘팩션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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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9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 창작 뮤지컬 ‘의기’./경남문화예술회관/

    기생을 주제로 한 그동안의 공연과 달라 처음엔 생경했지만 진주 하면 떠오르는 ‘논개’ 정신을 이어간 작품인 데다 지역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노력에 반가웠다. 배우들은 100년 전을 배경으로 ‘기녀들의 노래’, ‘교방합창’, ‘하늘이시여’, ‘독립의 그날을 향해’, ‘작전 개시’, ‘나는 조선의 의기다’ 등 뮤지컬 넘버를 들려줬다. 나라를 사랑하는 진주교방 기생들의 삶을 브라스 음색과 신명 나는 전통 국악 가락을 바탕으로 국악,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선율이 인상적이었다. 또 진주교방 검무와 팔선녀 춤, 비보이 군무와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려는 시도도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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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9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 창작 뮤지컬 ‘의기’./경남문화예술회관/

    극은 기생 ‘산홍’과 그녀를 첩으로 삼으려다가 죽음으로 몰아간 을사오적 ‘이지용’, 조선의기단 사이의 복수극 과정 속에서 시대적 아픔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독립군 박상철을 필두로 만세운동에 뛰어드는 기생, 걸인, 백정 등 낮은 신분의 백성들이 겪어야 했을 시대적 아픔을 극에 녹여낸다. 1923년부터 백정들의 신분 해방운동인 ‘형평운동’의 발원지이기도 한 진주의 정체성을 잘 표현해 냈다. 기생들은 나라와 신분 모두로부터 독립을 외치며 결기 있게 삶의 마지막을 맞게 됐다.

    이번 공연의 주연과 조연 배우는 지난해 오디션으로 뽑았다. 열정과 능력이 있다면 전공자와 비전공자, 경력에 상관없이 배역을 맡을 수 있었는데 그 결과 지역의 숨은 배우들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다. 중간중간 젊은 감각으로 유머를 곁들이는 등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호흡이 척척 맞는 군무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그러나 초연인 만큼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눈에 띈다. 한정된 극에 담고 싶은 것들이 많은 탓인지 때때로 산만하거나 지루한 대목이 있었다. 게다가 연주와 무대 출연진의 소리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아 몇몇 곡의 노래 가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품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동안 알려진 독립투사들뿐만 아니라 기생, 백정, 걸인 등 낮은 계층에서부터 시작된 독립운동으로 지금 우리가 자유를 누릴 수 있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어린 관객들에게는 애국심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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