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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찬 우리 사회- 조광일(수필가)

  • 기사입력 : 2019-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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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가 ‘우분투(ubuntu)’라는 낱말에 눈길이 멈췄다. ‘우리가 존재해야 나도 존재한다’는 남아프리카의 인사말이란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전하는 이 인사말이 참 멋지다. 서로 어우렁더우렁 사는 것 자체가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눈길조차 마주치기가 껄끄럽다. 표정은 싸늘하게 식었고 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분노에 차 있는 듯하다. 정치권 내부로부터 하루가 멀다 않고 추문과 막말, 각종 비행이 헤아릴 수 없이 터져 나오고, 시민의 고통을 외면한 채 정치지도자의 정의롭지 못한 위선과 탐욕이 민심을 이반시키고 있으니 왜 아니겠는가.

    한동안 ‘갑질’과 ‘미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댓글 조작과 이익충돌 논란이 불거지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뿐이랴. 최근에는 폭행으로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는가 하면, 5·18 망언과 20대 비하 발언으로 성난 민심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등 사회적 분노가 일상화돼 있다.

    이 모두가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끌어내야 할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저지른 추태이다. 선량한 국민들 보기가 낯부끄럽지 않은가. 서민들은 소득이 충격적으로 급감해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청년들도 갈 길을 잃고 깊은 시름에 잠겼다.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민생은 탈출구를 찾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데 정치권은 온통 권력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랴.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 판단, 옳고 그름을 외면하고 대중을 동원해 권력과 영합하는 포퓰리즘은 대체로 패자들의 도피처였다는 것을 세계 정치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지금 절실하게 바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내 주는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국가의 자비나 시혜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찾아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아가길 원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려면 주어진 사안에 대해 어떻게 지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정합적 진리이자 참(truth)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더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합리적인지를 고민하면서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물고기는 머리부터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아야만 나라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다는 뜻이리라. 우리 정치권은 여야 없이, 사회의 머리부터 연역적 사고와 확증편향의 오류에 중독되어 있는 듯하다. 경제 살리기와 민생 돌보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당장 시급히 처리돼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국회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 가지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우분투’라는 인사말이 부러운 이유다.

    조광일 (수필가)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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