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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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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대북 강경론을 경계한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9-03-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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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것에 대한 분석과 후속작업들로 분주하다. 우리 정부는 북미회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떠났고,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지만 북미가 진정으로 중요시하는 부분에 대한 협상카드가 분명해졌다. 미국은 북한이 전체 핵 프로그램을 꺼내놓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으며,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교환방식이 아니고서는 핵 프로그램 모두를 꺼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측의 차이는 지난 30년 북핵협상의 핵심 사항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역사적인 북미 정상 간 세기의 담판이 벌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비핵화의 과정과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는 아쉽지만 그렇다고 실패로 규정하기에는 이르다.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어느 누구도 이번 회담이 실패했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북한 언론은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보다는 양 정상 간의 건설적인 논의에 맞춰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기자회견과 트위터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변함없으며 대화를 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표출하고 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대북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과거에도 협상이 실패를 하면 늘 핵포기불가론, 협상무용론, 선핵포기론 등이 자리를 잡았다. 실패했으면 하는 희망사항이 이뤄진 것처럼 다시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우리는 실패와 성공을 규정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회담의 결과를 분석하고 더 좋은 합의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협상은 크기가 정해져 있는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아니다. 파이가 같은 비율로 나눠지지 못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협상 당사자 모두가 그 결과에 만족하면 협상은 ‘잘’된 것이다. 또한 양측이 파이의 배분에 있어 문제가 생기면 협상을 잠시 중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협상은 현재 이번 북미회담의 논의구조를 넘어 파이를 키우는 협상이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이 최대한 파이를 키워 모든 핵 프로그램과 대북제재 해제를 일괄 타결하고 신속히 동시병행적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전개돼야 한다. 이번 회담을 두고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으나 사실 이번 협상은 톱다운과 실무협상이 동시에 진행된 것이다.

    양측 간 파이가 최대한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는 심판의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제재를 포함한 경제보상조치가 북핵협상의 핵심이 되는 만큼 양측의 신뢰를 조성하기 위한 밑바탕을 우리가 조성해야 한다.

    지난 스웨덴의 사례처럼 남북미 3자 실무협의체가 지속적으로 가동돼야 한다. 그리고 실무협의의 결과가 남북미의 정상에게 지속적으로 피드백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재개를 본격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들의 현장확인 수준에서 논의되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비록 제재의 프레임웍에 속해 있지만 또한 남북관계 차원의 사안이기도 하다. 비핵화 협상에 이 문제들이 연동돼 버리면 남북관계 차원에서 우리의 레버리지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해 북한의 비핵화를 신속히 유도하고 우리의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중국 또한 이번 북미회담이 협상 없이 종료된 데 대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중국과 우리가 다른 것이 없는 만큼 전략적 소통을 통해 중국의 역할을 견인하는 방법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처럼 뿌연 한반도 정세이지만 우리가 이번 회담결과만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더 큰 합의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고 성원해 줘야 할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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