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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36) 제24화 마법의 돌 36

“미안해. 나는 먼저 돌아갈게”

  • 기사입력 : 2019-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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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식은 당혹스러웠다. 공항에 전화하여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행히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가 세 시간 후에 있었고 베를린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가 두 시간 후에 연결되었다. 서경숙이 빠르게 비행기를 예약하고 프라하 역으로 전화를 걸어 열차 티켓을 끊었다. 베를린 공항에는 독일지사 직원들을 대기시키고 이정식을 서울까지 수행하게 했다.

    “미안해. 나는 먼저 돌아갈게.”

    이정식은 착잡한 기분으로 서경숙에게 말했다.

    “네.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서경숙이 위로를 했다.

    “아니야. 아버지는 항상 아프셨으니까. 오래 버티신 거지.”

    서경숙이 이정식에게 키스를 했다. 이정식은 기차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서경숙과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그것은 서경숙과의 마지막 사랑이기도 했고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사랑이기도 했다. 서경숙은 프라하 역까지 이정식을 배웅해 주었다.

    ‘모처럼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이정식은 차창에 앉아서 점점 멀어지는 서경숙을 웅시했다. 서경숙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그녀의 원피스 자락이 하늘거렸다.

    열차는 10분도 되지 않아 출발했다. 베를린에서는 비행기로 갈아탔다.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이정식은 내내 잠을 잤다. 이재영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가기도 하고 서경숙의 밝게 웃는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좋은 관계가 맺어지려고 했을 때 그녀와 헤어지게 되어 아쉬웠다.

    인천에 도착하자 임원들이 나와 있었다. 이정식은 굳은 얼굴로 임원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회장님께서는 기다리고 계시는 듯합니다.”

    건설회사 사장인 임진규가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정식을 보좌해온 인물이다. 비서실에서도 간부들이 마중을 나왔다.

    “말씀은 하십니까?”

    “말씀을 못하십니다.”

    “갑시다.”

    이정식은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라탔다. 이재영의 임종이 임박해 있었다. 차는 삼일그룹 산하 병원으로 달려갔다. 한국에서 가장 시설이 좋고 의사들 실력이 뛰어나다는 병원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아내가 입구에 나와 있었다. 기자들도 몰려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피곤하시겠어요.”

    아내가 이정식에게 말했다. 서경숙의 얼굴이 떠올라 아내에게 미안했다.

    “괜찮소.”

    “상을 치를 준비는 다했어요.”

    “수고했소.”

    이정식은 담담하게 말하고 삼일병원 특실로 올라갔다. 장례에 대한 것은 비서실과 병원에서 준비할 것이다.

    “아버지, 오셨어요?”

    아들 이동성이 병실 앞에 있다가 인사했다. 아들은 최근에 탤런트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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