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정일근(시인·경남대 석좌교수)

  • 기사입력 : 2019-03-06 07:00:00
  •   
  • 메인이미지


    이른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전까지 40대 전후였던 베이비부머의 관심사는 아파트 크기, 승용차 종류, 골프 실력 등이 아니었나 싶다. 몇 평형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가? 어떤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가? 공(골프 평균타수)은 몇 개나 치는가? 그런 것이 ‘인생 계급’이 되었다.

    그 시절 누군가가 동년배 모임에서 선지자처럼 ‘노후를 대비해라.’ ‘나는 노후를 대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다’고 피를 토한다 해도 누구 하나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 한심하다는 소리 들었을지 모르겠다.

    그 시대를 지나온 필자는 그때를 정의하자면 ‘흥청망청’한 세월이었다. 젖과 꿀이 넘쳐나는 시대였다. 잘나가던 ‘왕년’이었고 그러한 세월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래서 베이비부머의 상당수가 별다른 준비를 못했는데 어느새 60에 진입하였다.

    베이비부머의 인생관은 IMF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 사이 ‘다소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가 직장에서 은퇴하면서 준비하지 못한 ‘노후문제’와 ‘노인문제’가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베이비부머는 ‘기대여명’이 길어짐에 따라 인생의 남은 긴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에 대해 목하 고민중이다. 그래서 필자는 묻는다. ‘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

    금융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평균 은퇴 연령은 61.7세다. 예상 노후생활자금 월 최소 190만, 적정수준 283만원이다. 그런데 대부분 은퇴자금이 21%가 부족하다고 한다. 그 수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은퇴 후부터 사망 시까지 평균 약 4.1억원의 노후자금이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베이비부머에게 노후자금은 대다수 부족하다. 해결책도 없다. 노후에 들어서면서 노후자금을 준비한 그룹은 ‘시니어’로 대접받고, 부족한 그룹은 그냥 ‘노인’일 뿐이다. ‘시니어/노인’의 이분법이 존재하는 한 베이비부머의 노후는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다.

    창원시의 2018년 12월 현재 70세 이상 인구가 8만3565명이다. 2010년 5만6593명에 비해 9년 사이 2만6972명이 늘었다. 전체인구 105만3602명 중에서 7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7.9%에 달한다. 수치상 이런 정도면 건강한 도시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각 구별 70세 이상 인구 ‘2010/2018년 대비’를 보면 마산, 진해, 창원의 다른 색깔이 느껴진다. △창원 의창구 1만2103/1만7649명 △성산구 6852/9259명 △마산 합포구 1만5270/2만2299명 △회원구 1만1560/1만8280명 △진해구 1만808/1만6078명이다. 증가수를 보면 의창구 5546, 성산구 2407, 합포구 7029, 회원구 6720, 진해구 5270명이다.

    마산의 경우 지난 9년간 전체적으로 보면 70세 이상 노인인구가 1만3749명이 증가했다. 이는 마산이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창원은 7953명이, 진해는 5270명이 증가했다. 행정이 마산지역 노인문제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2000년 65세 이상 노인들의 기대여명은 16년이었다. 2017년에는 21년으로 늘어났다. 해마다 기대여명이 늘어나는데 비례해서 노후자금이 자꾸 늘어난다면 우울해지는 답은 정해져 있다.

    학창시절 필자는 ‘로맨스그레이’를 꿈꾸었다. 나이가 들면 낭만 넘치는 노후를 기대했다. 그건 정말 꿈이 되고 말았다. 로맨스그레이는 없다. 일하는, 땀 흘리는 백발이 있다.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참 힘든 세월이 우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노후나 나의 노후나 안녕하지 못하고 불편할 뿐이다. 등이 가려운데 손이 닿지 않는 답답함 같은.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때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